가장 기뻤던 그말: 사랑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첫째는 장애, 둘째는 비장애 아이이다. 아무리 비장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들 우리 부부의 케어는 첫째님에게 갈 수밖에 없다. 언니는 바지도 입혀주고 세수도 시켜주고 맛있는 걸 떠먹여 주고 뭔가 작은 변화만 나타나도 온갖 환호와 추파를 보내며 박수를 쳐준다.
비장애 둘째 놈은 이런 게 늘 불만이었다. 밥 먹다가 첫째님에게 잘 먹는다 칭찬해 주면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이라며 왜 자기는 칭찬을 해주지 않냐는 질문을 저렇게 던진다.
그제야 둘째 너는 언제나 잘 먹는다고 뒤늦은 칭찬을 하면 한 80%는 만족해하지만 남은 20%는 불만이 없어지지 않았다. 둘째라는 것도 서러운데 왜 언니보다 늦게 태어났냐며 울먹이기도 한다.
'글쎄,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둘째는 양육할 맛이 난다. 첫째님은 상호도 거의 안되지만 둘째 놈은 여느 아이들처럼 울고 떼도 쓰지만 즐겁고 기쁠 때도, 뭔가를 요구하며 가끔 감동적인 멘트도 날리니 첫째님에게 느낄 수 없었던 '아! 이 맛에 양육하는구나!'를 가끔씩 입 밖으로 내뱉곤 한다.
기특해서 둘째 놈을 열심히 칭찬하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셨는지 갑자기 자기가 언니에게 밥을 떠먹여 주겠다며 숟가락을 달라고 한다.
장애에만 초점이 맞춰서 장애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에 대한 정보는 많이 찾아봤지만 그 이면에 있는 비장애 아이의 소외감을 매체에서 소개하며 듣다 보니 아뿔싸 했다. 부모는 늘 장애 아이에게 신경을 쓰니 자연스레 소외 됐다. "넌 이정돈 할 줄 아니까 혼자 해!" 라며 비장애 아이에게는 제발 장애아이 키우는데 신경 좀 안 쓰이게 알아서 하라고 강제한다. 안타깝게도 비장애 아이도 아직 성인이 아닌 아이인데 혼자 모든 걸 해내야 했고 가끔 부모가 "이 아이 좀 돌봐줘"라고 하면 싫지만 장애 형제자매를 돌봐야 했다.
그런 비장애 아이들의 꿈은 사회복지사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헌신하는 직업을 택하는 비율이 높다는 그 결과에 너무 안타까웠다. 실제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었다. 의사가 된다는 꿈을 들으면 얼마나 좋냐라고 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꿈이 환경에 의해 강제당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그 상황이 안타까웠다.
둘째 놈에게 언니는 우리가 먹일 테니 괜찮다고, 그래도 마음 써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해주면 그냥 칭찬받았다는 것만 기뻐하는 저 아이를 보며 칭찬을 좀 더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 첫째님이 계속 신경 쓰이는 건 바뀌지 않았다.
어느 날, 아내가 둘째 놈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입학한 지 1달 조금 넘었으니, 입학초기라 상담을 진행하는 학교의 일정에 맞게 상담하러 갔다. 그리고 선생님과 상담했던 내용을 말해줬다.
아이가 정리정돈을 너무 잘한다고 한다. 도서관을 가면 아이들은 만화책을 빌리는데 둘째 놈이 책을 빌리는 걸 보며 놀라워했고 절대 선을 넘지 않는, 그러니까 책상의 위치가 정해져 있으면 절대 위치를 흩트려 뜨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뭔가를 어지럽히고 나가면 선생님이 정리를 하러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어 누가 했는지 알아보니 우리 둘째 놈이 선생님 힘들까 봐 모든 걸 정리해 놓는 걸 보며 교사 생활에 이런 아이는 처음 봤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리더십도 있다며 소외될 것 같은 친구에게 다가가서 같이 놀자, 같이 하자며 큰 고민 없이 손을 건넨다고 했다.
아마 내가 그냥 비장애 아이만 키우는 부모였다면 너무나 기뻐해도 모자랄 판국이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속상해했다. 이 아이도 어른아이가 돼버렸나? 나도 여느 장애 부모처럼 비장애 아이에게 의도치 않은 상황과 행동을 강제하지 않았나, 타인을 너무 배려하는 마음이 어쩌면 언니를 위해 우리가 아이의 행동을 자제시키다 보니 생겨난 마음이 아닐까 하며 그렇게 아이를 양육하지 말자고 다짐한 내 생각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었다. 근데 그다음 아내의 말에 180도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머니! 둘째 놈은 아마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은 느낌이 들어요!"
둘째 놈은 아내를 닮아 다중지능에서 언어지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말을 똑 부러지게 하다 보니 공부도 잘한다고 타인들이 착각하긴 하지만 말은 좀 잘하는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도 둘째 놈이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하고 가끔 주말에 둘째 놈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받으면서 감동의 감동을 받다 보니 아이의 모든 면이 다 완벽해 보였다. 아내가 늘 걱정했던 연말생이라 인지 학습 면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질 것 같아서 1년 유예하려고 했다는 말에 아이에겐 선행학습은 아직 필요 없고 지금 이대로만 따라와도 충분히 잘할 것 같다는 말도 같이 했다.
하지만 내가 들었던 것 중에 그런 공부를 잘한다거나 감동을 주는 뭔가를 한다거나 정리정돈을 잘한다거나 하는 말 보다 가장 뿌듯했던 건 바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는 그 문장이었다.
자녀의 꿈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 스스로 선택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우리 부부의 양육이 다행히 비뚤어지지 않았다는 게, 두 아이 양육이 너무 달라 어렵지만 그래도 균형이 아주 무너지지 않게 잘 맞춰 가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