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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Oct 31. 2020

빠직 2장: 엄마는요? 일 하지요!

육아는 공동책임, 엄마는 능력자

배우자육아휴직 당시에는 원하는데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낯설었다.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달구지가 종합검사받는 날이다. 아침 10시 좀 넘어 도착했는데 무수한 사람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장소에 앉아계셨다. 나도 접수한 후 첫째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허둥지둥 담배를 가린다. 하지만 냄새는 가릴 수 없었다.

좀 싫었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해로운 것들을 없애려는 모습에 그냥 넘어간다.


대기실 안에서 첫째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을 마구 알려준다.

'이 자동차는 어떻게 굴러가는 거냐면 엔진이라는 부품이 있어. 그 엔진은 기름이 들어가서 불을 붙여서~~~'


미션 No.2: 원리 설명 따위는 집어치워라!


아내와 아빠의 설명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웃긴 글을 보면서 딱 아주 정확했다.


Q: 자동차 바퀴가 어떻게 굴러가?


나: 자동차가 굴러가는 원리는 엔진이라는 바퀴를 굴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기계에 휘발유 같은 인화성 물질을 넣은 후 점화하면 폭발하는 힘으로 엔진이 움직이고 그 힘들이 바퀴 전체에 전달될 수 있도록 미션이라는 기계를 통해 바퀴에게 힘을 줘. 그러면 바퀴가 굴러가는 거야. 미션? 미션은 뭐냐면 말이지~~~


엄마: 데굴데굴

 

나는 육아의 '육'자도 모르는 정말 교육회사 직원이라는 말이 창피할 정도의 아빠였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에게 말 걸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 혼자 좋다고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데 옆에서 보고 답답했는지 할머니 한분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아빠가 아이 매고 왔네, 엄마는 어쩌고?"


장난기가 발동한다.

'엄마는 집나 갔어요. 저희 꼴 보기 싫다고'라고 진짜 이렇게 말하려다가 이럼 안되지 다시 정신을 고쳐먹고

"엄마는 일 나갔습니다."


할머니가 다시 물어봤다.

"아, 오늘 종합검사라 아빠가 휴가 냈구나. 아이 매고?"


좀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니, 알려야 했다.

"아, 네. 저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할머니는 의아해한다. '육아휴직' 이란 단어조차도 할머니 시대에는 아마 흔치 않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아빠 육아휴직' 이란 단어의 조합은 세종대왕 시대에나 잠깐 있었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검사 결과 시간도 충분해서 나는 다시 설명해드렸다.

 

'아이 키우는 건 부부 공동의 책임인데 여태껏 엄마들만 독박 육아를 했기에 이제는 아빠들도 육아에 동참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배우자육아휴직 제도가 탄생됐어요. 그리고 아내가 저보다 돈을 더 잘 벌어요. 그래서 제가 휴직하면서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


할머니는 그래도 남자가 벌어야...라는 말을 하는 듯 말끝을 흐리면서도 이내 반가운 듯이 말했다.

"그래. 아빠들도 아이 키워봐야 해!"


'할머니.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뼈 많이 삭으셨죠? 이제는 아이들 뒷바라지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할머니 인생 즐기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만 외쳤다.


세상에 모든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아이가 자라서 독립시킨 엄마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조금씩은 시간을 갖자고요!



몰랐던 육아 용어들

아기띠: 아기를 보듬어 안을 수 있도록 만든 물건

(아기띠는 어깨끈이 달려있고 힙시트가 있어 허리를 찍찍이로 감싼 후 똑딱이로 고정시키는 것과 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포대기 같은 것이 있다. 요즘은 힙시트 아기띠의 찍찍이 마저 무소음 처리된 아기띠가 나왔다. 저건 정말 필수였다. 아기띠에서 힘겹게 아이를 재운 후 침대에 눕힐 때 찍찍이를 생각 없이 떼었는데 ‘쫘아악~~~"소리에 아이가 깨버려서 다시 들고 재워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적어도 피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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