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마지막 시절을 이렇게 보낼 수 없었다.
때는 2008년이었다. 20대의 거의 마지막을 가고 있던 27살.
대학교를 졸업하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괜찮은 연구소 취업도 소개받았다. 하지만 난 그 제안을 거절했다. 20대의 철없던 결정이었지만 난 좀 더 커다란 세상을 알고 싶었다.
'내 결정보다는 네 결정, 즉 부모님의 결정'이 더 중요했던 10대 시절을 보내다 보니 한 번은 내 결정을 존중하고 싶었다.
호주에서의 삶은 재밌었던 일도, 도전했던 일도, 인종차별 때문에 후회했던 일도, 같은 민족에게 사기당하고 울고 싶던 일도, 뜻밖의 돈을 벌게 된 일도, 목표를 놓치지 않았던 일도, 따뜻한 시골생활도, 아쉬운 작별 등등
참 많은 일들이 1년 하고 4개월 동안 있었다.
내면을 단련하기도 했고, 정신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중요한 건 그래도 난 흔들림은 있었지만 쓰러지지 않았고, 나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배웠다. 물론 한국인 특유의 죽기까지 일하는 날도 많았지만 목표를 다시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타국으로 워킹홀리데이 또는 여행을 간다면 목표 한두 개쯤은 정말 진지하게 세우고 가라고 하고 싶다.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의 익명성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여러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건 내 기준에서 무엇이 좋은 건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솔직한 가치관과 꼭 배우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기준점으로 잡고 여행을 끝마친다면 본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30대의 마지막에서 20대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의 재미난 추억을 한번 써내려 가보려 한다.
하필이면 싸이월드가 회생은 됐지만 아직 사이트가 안 열려서 호주에서 찍었던 귀중한 사진자료들을 하나도 꺼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얼른 싸이월드가 사이트 재오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