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대한 무식의 끝을 보여주는 나
out back: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
outback steak house: 미국의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
대학교를 졸업했다. 사회에 발을 내디뎌야 했다. 근데 이대로는 뭔가 내 20대 시절이 아쉽다. 그 흔한 여행을 많이 한적도 없고, 해외에 딱 한번 나갔지만 아주 짧게 갔다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아직 내 삶의 목표를 찾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나 자신을 좀 더 단련시키고 싶었고, 그러려면 낯선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그냥 통보하듯이 말했다.
"나 호주 갈게요."
실은 캐나다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캐나다 비자 자격은 연말이라고 한다. 전년도에 이미 끝났고 이번 연도에 받으려면 10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은 가장 만만한 호주였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해외 유명지를 스크랩했을 때 일출부터 일몰까지 7가지 색으로 변한다는 호주의 'ayers rock'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부모님께 통보하고 워킹비자를 갖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였다.
새로운 결심을 했으니 목표를 세워야 했다.
영어 마스터하기(이게 얼마나 허황된 생각인지는 직접 가서 알았다. 나의 노력으로는 1~2년으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여행 다니면서 많이 보고 많이 느껴보기(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싶었음)
나에 대한 발견(낯선 곳에서 나타나는 내 행동이 정말 내 모습이라고 생각함)
영어는 국제시대인 만큼 필수였으니 당연히 목표로 정했고 남은 2가지 목표가 나에겐 매우 중요했다.
타 문화를 느끼다 보면 무언가 삶에 대한 정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부딪히면 창조적인 것이 탄생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듯이, 그러다 보면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웬걸? 막상 가겠다고 결심했는데 준비기간 동안 엄청나게 후회했다.
'괜히 간다고 했나'
왜 떨림과 설렘 보단 두려움이 더 커질까? 군대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과 길게 떨어져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인가? 아니면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간다는 것 자체가?
친구들을 만났다. 조금 웃기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었다. 간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막상 두려우니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즐거운 대화 자리에서 나는 말했다.
"나 솔직히 두렵다"
라는 사치 아닌 사치스러운 말을 하고 나니 '배가 불렀네, 굶어봐야 정신 차리지' 등등의 비난 아닌 비난을 퍼부었고, 한 친구가 말했다.
"호주에 가면 아웃백 스테이크 써는 거야?"
나는 당연하단 듯이
"응, 아주 미디엄 레어로 두껍께 썰어서 먹어야지"
라고 말했다. 아웃백 스테이크는 호주 거니까 스테이크도 더 두껍겠지, 불맛 나겠지, 거기에 더 깐죽거려서 죽창으로 스테이크 찍어 먹고 인증한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때 다른 친구가 얘기했다.
"야! 아웃백 스테이크 호주 꺼 아냐. 미국 꺼야"
나는 콧방귀를 뀌며 얘기했다.
"뭔 소리래? 아웃백에 나온 지명들 다 호주구먼. 그리고 거기 부메랑 안 봤냐?"
나는 두려웠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그 친구에게 내가 받은 비난을 고스란히 다 돌려줬다. 호주가 'australia'라는 건 알고 있냐며 비아냥 거렸다.
"어이구 이 무식한 놈아! 호주 가는 놈이 아웃백 스테이크가 미국 건지도 모르고 가냐?"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 휴대폰의 비싼 정보이용료를 내고 검색한 친구가 보여줬다.
그렇다. 난 호주의 '호' 자도 모르고 호주를 가는 정말 무지한 '자'였다.
제발 좀 알아보고 출발하라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