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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2:거짓말! 편하긴 개뿔!

첫발을 내딛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by 찰리한

3월에 여행을 가기 위해 1,2월에 서류상 모든 절차를 끝내야 했다. 1월에는 급하게 비자를 위한 병원 종합검사를 받고 그다음에는 여행사를 통해 2달 동안 머물 숙소와 학원을 알아봤다. 영어공부는 당시 교회에 친했던 누나한테 배웠다. 내가 당시 호주 갈지, 캐나다 갈지 아니 해외를 나갈지 말지를 고민할 시기에 나에게 가장 많은 조언을 해줬던 분이자 현재 나의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되겠다.


그렇게 영어 과외를 무료로 받다가 돌연 그 누나는 캄보디아 선교를 간다고 1주일 전인가 나한테 통보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대꾸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나 영어공부 어떡하라고 그렇게 가요?"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혼자서도 잘하잖아"였다.

가뜩이나 두려운데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그래서 워홀 간다는 사람들이 누구나 사용하는 'grammar in use'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고 무한 반복했다.


몰랐던 영어의 세계가 나왔다. 맨날 문법을 외웠지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나름 쓸만했다. 왜 ing를 사용하는지, 수동태는 왜 있는지, 전치사의 종류와 사용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난 왜 그렇게 재미없는 토익만 했을까, 왜 man to man과 성문 종합 영어 같은 재미없는 문법책만 공부했을까 후회했다. 이렇게 재밌는 영어공부가 있는데 말이지.


하나씩 영어 문법과 사용방법을 터득하다 보니 어느덧 출발할 날이 다가왔다.

부모님이 공항까지 태워다 줬고 나는 더욱더 초조한 마음으로 뒷자리에 탔다.

'그냥 안 간다고 할까? 아... 왜 이렇게 떨리고 두렵지?'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을 위한 모든 수속을 마쳤다. 커다란 케리어를 보내고 나니 뭔가 마음이 이상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은 여전히 가시질 않았는데 저 멀리 교회 동생 몇 명이 공항에 배웅하러 왔다.

'뭐지? 왠지 군대 입대할 때 배웅하러 온 이 느낌은?'


그렇게 친구들과 인천공항 2층에서 저녁을 사줬다. 자식들이 비싼 한우육회비빔밥을 서슴없이 골라서 짜증 났지만 한편으론 이 먼 거리를 배웅하러 왔는데 이 정도야 하면서 흔쾌히 한턱 쐈다.


저 멀리 케세이 페시픽 비행기가 보인다. 이제 배웅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타면 마음이 괜찮아질 거다 라고 말한 친한 그 누나(지금의 현명한 나의 아내) 말만 믿고 비행기 타니까 더 싱숭생숭했다.

"거짓말쟁이~ 편하긴 뭐가 편해. 더 불편하네."


홍콩의 책랍콕 공항을 경유하여 다음날 호주의 퀸즐랜드에 위치한 케언즈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한번 더 경유하여 브리즈번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려 다른 탑승구로 이동했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비친 맑고도 깨끗한 하늘, 저 멀리 보이는 사막 같은 지평선.

"안녕! 난 호주라고 해. 넌 지금 호주 퀸즐랜드 케언즈라는 북쪽에 도착했어."


'그래. 넌 호주구나. 난 찰리라고 해. 반갑다 자식아. 내가 그렇게 떨려서 가기 싫었던 널 보게 되었구나.'


근데 하나 문제가 생겼다. 당시 난 교회 형에게 일랙 기타를 배우는 중이었고 호주 가서도 열심히 연습하려고 기타를 친히 모셔왔는데 공항 보안직원이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뭐... 뭐야??"


그 직원은 나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난 코리아라고 답했다.

뭔가 준비된 매뉴얼을 보여줬다. 읽어보니 귀하의 수화물에 폭발물 의심으로 인해 검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 가방이 수상했는지 그것에 대한 검색 요청에 응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환경이 낯설었기에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OK'였다. 아마 검색을 더 요청했다면 영혼까지 검색시켜주지 않았을까.

공항직원은 스캐너를 통해 겉을 확인하고 지퍼를 열어 기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었는지 날 보며 환하게 웃으며 엄치를 척 올리고 쿨하게 떠났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두려웠던 모든 마음들이 한순간에 풀렸다. 이제 브리즈번 공항으로 이동하여 준비된 차를 타고 금빛 해변이라 칭하는, 서퍼들의 휴양지 골드코스트에 입성했다.


그다지 덥지 않은 날씨라고 했는데 도대체 얘네들이 생각하는 그다지는 얼마나 였냐? 태양은 뜨겁고 아주 후끈후끈 하더만!


막상 케언즈 공항에 도착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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