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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3:아싸! 땡잡았다?

내가 드.. 드디어 영... 영어를 썼어. 해외에서!

by 찰리한

골드코스트에 도착했다. 'surfers paradise'라는 서퍼들의 성지에서 북쪽으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사우스포트라는 곳에 숙소가 있었다. southport central이라는 엄청 높은 아파트였고 내 호수는 340호, 즉 34층에 위치했다. 전망은 뭐 말해 무엇하랴. 정말 끝내줬다. 과장 좀 하자면 맑은 날에는 100km 떨어진 브리즈번까지 보일 정도로 높았다.


먼저 browns 어학원에 가서 레벨 테스틀 했다. 나름 영어 열심히 배운 것들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영어는 잘 안 들렸다. 그리고 호주는 또 영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영국식 영어에 한발 더 나아가 호주식 영어 발음이라 더 힘들었다. 그렇게 난 중간에서 중간 정도의 레벨이 나왔고 숙소 키와 함께 다음 주 수업을 위한 안내를 받았다. 내가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라 토, 일요일은 쉬는 날이었다.


그렇게 34층 키를 어학원에서 받아 올라가니 집 구조는 방 2개, 거실과 부엌이 있는 아담한 크기였다. 바닥은 타일이 깔려있지만 난 한국사람이라 그냥 신발 벗고 들어갔다. 거실에는 카펫이 있어 당연히 신발을 벗었는데 숙소에 있던 신발을 신은 아시아인 한 명이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죠?"

"어떻게 알았어요?"


신발 벗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라고 한다. 아! 맞네.

여기는 침대에 눕기 전까지 안 벗어도 된다고 한다. 뭔가 집에서 신발을 신고 있어야 하는 답답함은 있지만 해변 가려고 갖고 온 슬리퍼가 있어서 갈아신었다.

타국에서 한국사람이 반가웠지만 '난 영어를 배우러 왔기 때문에 절대 한국인과 말을 섞지 않겠다'라는 굳은 신념으로 그 한국인과 딱 한마디 "안녕"만 하고 내 짐을 풀었다. 내 방에는 또 한국인인 것 같았는데 물어보니 일본인이었다.

방학기간 동안에는 일본인들이 짧게 2달 정도 영어를 배우러 호주에 온다고 한다. 그렇게 어색한 한일 간의 만남을 갖고, 인사를 하고 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근데 일본인의 영어 발음은 너무 이상했다. 받침이 없는 그들의 언어답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일본인도 내 발음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왔다. 드디어 실전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 숙소 앞에는 쇼핑센터가 있었다. 호주에서 쌍벽을 이룬다는 woolworth와 coles라는 거대한 마트가 있다. 그리고 숙소 앞에는 coles가 있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쇼핑센터로 향하던 도중 서브웨이 라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난 한국에서 서브웨이라는 매장 자체를 본 적이 없어서 드디어 외국 매장을 가는구나 하는 설렘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가 어마 무시하게 많았다. 쇼케이스에 수많은 토핑들, 메뉴판에는 뭐 half라고 쓰여있고.


"May I order?"

"Yes. how can I help you?"

"I want that and topping is this, this......."


우앗~ 내 영어가 통한다. 감격 감격 그 자체였다. 토핑 선택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 이것 이것 이것을 올려달라고 했다. 뭔가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주문을 받은 사람은 인도 사람이었다. 인도인은 목소리도 작게 내며 입을 크게 안 벌린다. 그리고 꽤 빠르게 말하다 보니 주문 이외에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기 좀 어려웠다. 그렇게 어렵사리 주문을 마친 후 직원이 나한테 말했다.


"Fifty dollars"

무슨 샌드위치가 50달러나 하지 하면서 불평하며 10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계산원이 그런데 85달러를 건네주었다.

"오호, 계산 실수? 오케이 이게 웬 횡재야?"

계산원을 한번 쳐다본 후 쏜살같이 샌드위치를 받아 냅다 도망갔다. 얼른 숙소로 와서 와그작와그작 먹었다. 뭔가 싸게 먹어서 더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browns 어학원 첫날, 자기소개하는 시간에 난 이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했더니 저 멀리 브라질 녀석이 큰소리로 말해줬다.


"원래 15달러인데???"


'이런... 우라질!'


세상은 정직하구나! 나만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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