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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4: Hi how are you?

어떠냐고? 완전 fine thank you and you?

by 찰리한

서브웨이의 즐거운 추억(어학원에서 15달러의 사실을 알기 전)을 바로 하고 주말이 되었다. 먹을걸 사야 했다. 마침 룸메이트였던 일본인이 파티를 하자고 한다.

'굳이?? 내가?? 너와??'

하지만 복잡한 역사 관계는 지금 신경 쓰지 말자. 여긴 호주고 나는 영어를 써야 하니까. 그러려고 호주 왔는데 뭐 일본인 이면 어떠냐 라는 생각으로 '콜'을 외쳤다.

우선 장을 봐야 했다.

coles는 그냥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와 비슷했다. 카트도 있고 진열대에서 식품을 판매하고 나중에 계산원에게 계산하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주말이라 은행은 문을 열지 않아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어 현금을 들고 갔다.


"아니 뭔 과일이 이렇게 저렴해?"

뭔가 엄청났다. 식품코너는 거의 정글 수준으로 파릇파릇하고 죄다 큼지막하다. 과일과 여러 채소들이 즐비해있는데 익숙한 것들과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대파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고, 마늘종도 판매하고, 아스파라거스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과일은 또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리고 롹메론은 인생 멜론을 만난 것 마냥 정말 맛있었다.

눈이 막 돌아간다. 이것저것 마구 담았다. 그리고 일본인이 파티하자고 했으니 술을 사야 했다.

근데 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술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분명 술 파는 진열대가 있을 텐데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진짜 구석에 딱 한 칸 있었다.

'ginger beer'

무슨 맥주에 생강을 넣을까. 그리고 왜 맥주 종류가 하나밖에 없을까 하고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중간중간 안내원이 있었지만 난 아직 물어볼 정도의 용기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진저비어를 2병 사고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갔다.


순서를 기다리고 내 차례가 됐다. 근데 계산원이 갑자기 나한테

"Hi how are you?"

이러는 것이다.


‘어?? 어?? 언제 봤다고 잘 지내냐고 물어보지??’

그리고 순간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 말하지? 어제 호주 와서 피곤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fine thank you라고 할까? 근데 그건 너무 식상하잖아.


"Fine good" 하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근데 뒤에 쓸데없이

"how about you? do you have a nice day? I think this is very hot. especially...."

나는 뭐라고 뭐라고 여하튼 말했다. 날씨 덥다. 근데 태양은 더 뜨거워 이렇게 말했는데 계산원은 내 말은 안 듣고 물건을 바코드로 찍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내가 산 물건들을 봉투에 친히 담아주셨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왜 내 말을 안 듣지? 발음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무시하나?'

그렇게 계산을 끝나고는 "cash or card"라고 차갑게 말한다. 치! 나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현금 꺼내서 줬다.


그날 저녁 일본인 1명과 나, 그리고 먼저 온 한국인 1명 이렇게 셋이서 조촐한 파티를 했다. 처음이니까 그래도 한국인한테 정보 좀 많이 물어봐야 해서 이날만큼은 한국인 친구에게 의지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나이를 확인하고 내가 형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 맥주를 꺼냈다.


(지금 편의점에서 전라도 맥주, 제주맥주, 서울 맥주 등을 팔듯이 호주도 각 주별로 대표 맥주가 있었다. 퀸즈랜드는 바로 XXXXGold 였다. 한국말로 하자면 포엑스 골드. 요즘 한국에도 판매 중이다.)


두 명은 XXXXGold를 꺼냈고, 난 당당하게 ginger beer를 꺼냈다. 그러자 2명이 다 웃었다.

뭐야 이것들이!


한국인 동생이 말해줬다.

"형! 이거 맥주 아냐"

“뭐?? beer 가 맥주지 뭐야"


그 동생이 말해줬다. 호주에서는 술 파는 곳이 일반 Pub 아니면 bottle shop이라는 주류 판매가 허가된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순간 얼른 마셔봤다.

'와~~ 이거 완전 지옥의 맛인걸!'


그 동생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다른 맥주를 꺼냈고 우린 그렇게 한일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파티를 했다.

그리고 난 또 오늘 일어났던 일을 말했다.

"계산원이 hi how are you라고 말하길래 굳이 다 대답해줬는데 계산원이 날 무시하더라"


그러자 그 동생이 또 박장대소를 치면서 말해줬다.

"그거 그냥 한국에서는 어서 오세요 라고 하는 거야"

"뭐???"

“그걸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형도 참...”


호주는 그렇다. 계산원이나 물건을 사러 갈 때 판매원들이 자연스럽게 “hi how are you”라고 한단다. 우리도 계산원이 그냥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아주 자연스러운 표현인 것이다.

이야.. 난 그것도 모르고 대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구질구질하게 대답했던 것이고 계산원은 "뭐야 얘" 라며 대답을 안 했던 것이다.


아니, 왜 책에는 gingerbeer과 hi how are you는 안 가르쳐준데? 이게 완전 필수 정보인데. 나한테만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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