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치료할 수 없다. 재활을 통한 사회화 프로젝트!
굳센 카드: 특수교욱청 바우처 카드이며,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 교육청이 은행(농협)과 제휴하여 치료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2015년 9월 16일 작성된 일기입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 남자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떨어지는 낙엽에 눈물 흘리는 그런 계절(하지만 그런 적은 단 1도 없었다)
육아하느라 안 그래도 외출 본능이 튀어나오지만 가을이니 더욱더 나가고 싶다. 식욕도 늘어나고 군것질도 늘어난다. 첫째님의 분유만 안 뺏어먹었지 그 이외에 유아용 과자며, 남은 이유식이며 이것저것 뺏어먹는다. 야식 문화가 없는 우리 집에서 밤늦게 왕교자를 허겁지겁 먹는다. 아무래도 겨울을 대비해 내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본능인 것 같다.
요즘 첫째님이 폭력성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내재된 엄마의 성향(?)이 나오는 것이다.
연애할 때 아내는 가끔 엘리베이터 문이 알 연리면 발로 찬다. 그렇다고 진짜 로우킥을 날리지는 않고 차는 시늉만 한다. 가끔은 자동문이 열리는 중에도 발길질을 한다.
하지만 우리 첫째님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해서 발길질은 못하니까 손길질을 한다.
양치질을 해준다고 치카치카를 하면서 첫째님의 손에 칫솔을 건네주면 곧바로 세면대로 던져버린다.
"던지면 안 돼"
그러면 첫째님이 내 얼굴을 때린다.
"때리지 마!"
아빠는 첫째님의 손등을 때리면서 때리는 건 나쁜 거야 라고 알려준다.
(근데 아빠는 첫째님의 손등을 때리면서 이렇게 교육하는 게 맞습니까?)
첫째님은 때리지 말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시기에는 힘 조절도 잘 모르고 때리거나 약간의 폭력성이 나온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야 하는데 아빠는 육아가 처음이라 굳이 이런 걸 고쳐야 한다고 첫째님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폭풍 잔소리를 해댄다.
첫째님은 울먹거린다. 아빠의 말이 아닌 아빠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걸 알아차렸다.
'혼날 건 혼나야지'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울먹이는 첫째님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얼른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면서 위, 아래로 흔들어주면 그새 또 좋다고 웃는다.
오늘은 아내도 휴가라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굳센 카드를 발급받으러 갔다. 기존 서류는 아내가 또 일사천리로 끝냈기에 특수 교육청에 가서 그토록 기다렸던 굳센 카드를 수령했다.
드디어 우린 첫째님의 언어치료에 금전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레어 아이템 굳센 카드를 획득했던 것이다.
미션 No 7: 신청할 건 빨리빨리
첫째님을 키우면서 생각보다 비용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특히 재활치료가 그렇다. 사설기관에서는 1회 40분 남짓하는데 거의 4~5만 원 수준이다. 병원이나 장애인복지관은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렴하지 않다.
분명 첫째님을 세금 내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에서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주면 좋을 텐데 고스란히 부모에게 등 떠밀듯이 그 비용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 가끔 반항 감도 생긴다.
'낙태하면 불법이고 낳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감당할 수준의 지원도 안 해주면서'
그래도 첫째님이 손톱만큼(아내의 표현)이라도 자라는 모습을 보면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우리는 첫째님과 함께 작업, 물리에 이은 언어치료를 새로 시작했다.
언어발달평가에서 17개월 우리 첫째님은 겨우 7개월 수준이라는 말에 조금 아쉬웠지만 높게 받는 것보다 차근차근하다 보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걷는 것도 네발기기부터 천천히 해서 지금 걷게 되었으니 언어도 언젠가는 되겠지 라는 작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언어치료를 마치고 첫째님이 목마 타면 너무나 좋아한다. 허리 힘이 없을 때는 휘청거려서 탈 수 없었는데 네발기기를 지나 걷기 시작하면서 허리 힘도 좋아져서 이젠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입의 근육은 약해서 입을 벌리고 있으니 첫째님의 입에서 다당류를 가수 분해하는 그 효소, 전문용어로는 아밀라아제라고 하는 수많은 침들이 폭포수처럼 그렇게 머리에 떨어진다.
"아... 더러워!!!!"
아빠가 미안해! 하지만 아빠도 사람인지라 남의 침은 더럽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