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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12: 내가 그 24만원짜리 '시드니'

기쁘다 내가 시드니에 오셨네!

by 찰리한

호주는 6개의 주로 나눠져 있다.(준주나 특별지역이라 명칭 되는 곳도 있다.)

Q/L(Qeensland), NSW(New south wales), S.A(South australia), Tasmania, Victoria, W.A(Western australia) 그리고 내가 6학년 때 스크랩했던 Ayers Rock 이 있는 준주라 지칭되는 northern territory까지.


태즈메이니아와 빅토리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는 한 번도 밟지 못했고 나머지 주는 그럭저럭 한 지역을 밟아봤다



슬픈 작별이지만 Q/L주를 떠나 AFL 앙숙인 NSW주, 부루마블의 24만 원짜리 때문에 사람들이 호주의 수도라고 그렇게나 오해하는 항구가 매력적이며, 멋진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는 안 물어봐도 안다는 그 sydney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와 센트럴 스테이션으로 이동하는 우리의 친절한 하철 씨를 이용했다. 처음부터 놀란 건 우리 하철 씨가 좀 다르다. 무려 2층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차의 이동방향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반대편 차선 봤다가 버스의 사이드미러에 얼굴 치일 뻔 한 아찔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2층짜리 하철 씨가 다닌다는 건 또 다른 충격이었다.

센트럴 스테이션에 도착하고 한번 더 놀란 건 우리나라 70년대에나 봐온, 근현대사의 사진으로 봤던 트램이 아주 세련된 모습으로 오고 가는 것이다. 마치 모노레일처럼 아주 세련됐다.

여기는 내가 본 그 southport와 너무 달랐다. 대도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유색인종들이 많은, 적어도 인종차별은 당하지 않을 것 같을 정도의 수많은 asian.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있다. 물론 한국에도 이런 고층건물은 많지만 밤이 되어도 건물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은 야경을 위해 일부러 건물의 불을 안 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머물 셰어하우스를 구하지 않고 왔기에 모든 배낭여행자가 머물면서 파티를 연다는 백패커(backpacker)로 향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guesthouse 같은 곳이다. 2인실 ~ 최대 16인실로 당연히 16인실이면 숙박비용이 저렴했다. 그리고 여긴 남녀 구분된 룸도 있지만 구분 없는 혼숙 룸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 들어갔는데 하필 여성분들이 옷을 갈아입을 때 들어가서 "Sorry I didn't see anything!"를 외치면서 헐레벌떡 나왔는데 알고 보니 혼숙 룸에 배치되어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중요한 물품들은 내 가방에 넣고 나머지는 케리어에 담아 자전거 자물쇠로 침대와 함께 단단히 잠갔다.


누구나 시드니에 도착한다면 제일 먼저 가볼 곳은? 십중팔구 오페라하우스 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오페라하우스를 가려고 지도를 보니 도로명이 표기되어 있다.(이제 우리나라도 도로명이라 너무 편하다)

내 기준으로는 시드니에서는 2가지 길만 외우면 어지간해선 길을 잃지 않는다. 역시나 여왕님의 길, Elizabeth ST이다. 그리고 Pitt ST. 이 두 개만 알면 솔직히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오페라하우스 가는 데는 어렵지 않다. 이외에 곁다리로 껴주자면 은 한국인만 웃을 수 있는 George ST이다. 왜냐면 George는 한국 발음으로는 '조지'라서 한국인들끼리 그렇게 장난치고 지들끼리 웃는다.

"어느 길로 갈 거야? elizabeth? Pitt?"

"조지로"

"뭐?"

"조지 스트릿으로 가자. 조지로, 아 조지로 가자고" (이거 나만 재밌나??)


지도를 들고 난 여왕님의 길을 따라 쭉 북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대도시답게 인파들에 치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버스킹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간중간 멋진 공원이 나왔고, 더 깜짝 놀란 건 식물원보다 더 큰 royal botanic garden 이란 곳에 도착해서였다. (가든이면 정원인데 무슨 식물원보다 크냐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로열 왕립식물원이라는 곳이었다. 식물원이 맞았구나.)

저 멀리 오페라하우스가 보인다. 하지만 어차피 오페라하우스 위치는 알았으니 여기 이 식물원 같은 정원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나뭇잎도 큼지막하고 잔디도 파릇파릇했다. 나무들도 쥬라기 공원급이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저 멀리 정말 높고도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나뭇가지에는 신기하게도 검은색 열매 같은 것들이 정말 수없이 많이 달렸다. 그래서 '우아. 무슨 나무 열매가 박쥐처럼 달렸냐' 하고 웃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진짜 다 박쥐였다.

때가 되니까 이것들도 비둘기처럼 우수수하고 날아가는데 그 관경은 소름이 돋았다.

'피... 빨아먹는 흡혈박쥐 아니지?'


왕관앵무새도 여기에는 수두룩했다. 동물원에서 한 마리 보기 힘든 그 우아한 새가 그냥 자연에서 뛰어놀고 날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근데 원칙적으로는 이 녀석들에게는 절대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외쿡인이자 동물 애호가였다. 참을 수 없는 피딩 타임을 갖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음을 기약했다.


식물원을 둘러보고 저 멀리 드디어 그 대망의 귤 껍데기인지 오렌지 껍질인지 여하튼 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게 되었다.

근데 첫인상은 내가 알던 새하얀 지붕이 아닌 약간 아이보리색이었다. 색이 좀 바랜 건지 원래 저 색이었는지.

하지만 웅장함은 그대로 전달되었고 바로 앞에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 반대편의 rocks 지역이나 오히려 보타닉 가든에서 봤던 모습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오페라하우스 앞 계단에서 30분 정도 감상하면서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눈과 머릿속에 한껏 담은 후 강 같은 바닷길 따라 걷는데 저 멀리 '세상에나! 저렇게 큰 다리가 있어'라고 할 정도로 멋진 아키텍처 '하버브리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 밑을 오고 가는 페리(여기저기 섬으로 이동하는 그냥 유람선)들 위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었다.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한강의 다리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엄청났다.

그렇게 강 같은 바다를 따라 가면 'circular quey'라는 부두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관광을 갔다 온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오고 가는 인파가 많아 에보리진(호주의 토착민)이 전통악기'디저리두'를 불고 있었고 현란한 보디페인팅을 보는 재미 또한 추가되었다. 소리는 약간 부부젤라인데 신경에 거슬릴 정도의 데시벨은 아니라 가끔 눈감고 들으면 눈 앞에 사막이 펼쳐진다.


(시드니에 머물 때 난 자주 서큘러키를 찾아갔다. 여기서 어지간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는 5개의 부두가 있고 그 주변을 따라 노천카페들이 즐비해있다. 페리가 드나들면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물결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졌다. 약간 불멍 하듯 물 멍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곳이다.)


오페라하우스도 봤겠다, 이젠 숙소를 구해야 했다. 워홀러들은 꼭 지참한다는 그래머 인 유즈 책과 노트북인데 난 노트북만 빼고는 다 준비되어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공간, PC방에 갔다. 인터넷은 정말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했지만 이 정도면 꽤 빠른 수준이라고 한다.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찾기 위해 찾고 찾다 보니 surryhills 지역에 주당 100달러짜리 셰어하우스를 구할 수 있었다. 시드니 중심지가 120달러 이상부터였기에 여기는 상대적 저렴함과 동시에 쌀은 무료로 제공해줬다. 한국인 주인이 워홀러 출신이라 워홀러들에게 그래도 쌀 은 항상 비치해둬서 배고프거든 언제라도 밥은 해 먹으라는 마음씨 좋은 분이었다.


근데 또 나중에 알았던 사실은 surryhills 지역은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었다는 걸 알았다.


왜 저렴한지 지내면서 알았다. surryhills는 생각보다 안전했다. 가끔 밤에 총소리 비슷한 소리가 몇 번 들리고 사이렌 소리도 몇 번 나긴 했지만 안 나가면 안전하다! 분명 자동차 타이어가 터져서 교통경찰이 출동하는 소리일 거야 라는 자기 최면만 계속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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