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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Jan 07. 2021

태블릿과 퍼즐로부터 받은 행복한 추억!(1/2)

태블릿과 퍼즐 둘 다 쓸모없어!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할 때 다른 사업팀의 대리님 한분이 내가 퇴사하는 건 농담인 줄 알았다며 황당하여있었다. 그리고선 퇴사 날에 화웨이의 태블릿을 나한테 줬다.

실은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갖고 와서 경매를 하고 수익금은 타 국가의 학교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아주 좋은 취지로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대표님이 통 크게 태블릿을 내놨고 퇴사가 결정되긴 했지만 나도 그 경매에서 태블릿을 탐내고선 가격을 불렀다. 그때 그 대리님과 나의 대결이 성사되고 결국 그 대리님이 내 마지노선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러서 태블릿을 갈취해버렸다.

"아.. 나 퇴사하고 베트남 여행 갈 때 비행기에서 애들 보여주려고 필요한 건데!"

아쉬운 마음에 그냥 말이라도 건네었는데 그 대리님이 나한테 말했다.


"아니 태블릿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퇴사까지 한다고 뻥을 치시나요?"

"네? 저 12월 31일까지 근무하고 퇴사해요. 아직도 몰랐나요? 너무한 거 아냐?"


그 대리님과는 입사 시절부터 7년 동안 함께 지냈다. 사업부는 달랐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해 협업할 때마다 부딪혔다. 성향이 정 반대이다 보니 나는 그 대리님이 답답했고 아마 그 대리님은 나를 대책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난 매출을 높이기 위한 계획과 전략을 주로 제시하는 편이었고 그 대리님은 그 계획과 전략에서 나오는 수만가지의 고민과 걱정,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었다. 누가 잘한다 잘못했다 를 가리는 건 아녔기에 정답이 없는 이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면 임원들까지 보고가 들어가고 결국은 해결해줬다.

그런 대리님이 퇴사 당일날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퇴사 기념이라고 하며 "한두 달 줬다 다시 올 거지?"라는 말과 함께.

일적인 부분으로 꽤 많이 다퉜지만 사적인 부분으로 다시 보게 되니 참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적으로 봐도 답답한 면은 많았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타인에게 해코지는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퇴사 기념으로 태블릿을 받고 베트남 여행 때 비행기에서, 그리고 베트남에서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한동안 그 태블릿은 둘째 놈의 전유물이 돼버렸다. Youtube kid 앱을 설치했는데 정말 하루에 3~4시간은 태블릿을 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첫째님을 재우기 위해 둘째 놈에게 잠시 보여준다는 게 그만 1,2시간은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이제 그만! 끝났어"

라고 말하면 금방 울상이 된다. 당연히 더 보고 싶겠지만 안된다. 이상태로면 둘째 놈은 '생각'이란 걸 안 할 것 같았다.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퍼즐 앱을 찾았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만 퍼즐을 맞추고 youtube kid는 바로 지워버렸다.

퍼즐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지적 만족을 얻는 좋은 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각 퍼즐을 맞추면서 이미지를 연상하고 그에 맞는 조각을 찾아나가면서 두뇌를 풀가동하는 아주 좋은 놀이였다. '생각' 이란 놈을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었다.

태블릿 퍼즐을 처음 시작할 땐 조각을 손으로 드래그하는 방법 조차 못했던 아이가 어느샌가 원리를 알더니만 퍼즐을 척척 맞춰나갔다. 조각수를 올리고 시간은 더 걸리지만 30조각 이상의 퍼즐도 쉽게 맞췄다.

그래서 흔히들 하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영재'라는 착각의 늪에 나도 빠졌다.


초등학생 전에는 아인슈타인 우유를 마시며 내 아이가 아인슈타인이 되는 꿈을 꾼다. 중,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내 아이는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곤 각 대학교에서 만든 우유를 마시며 그 대학교에 들어가는 걸 희망한다. 하지만 졸업하면 결과가 뚜렷하게 나온다.

"난 00대, 난 ㅁㅁ대, 넌 무슨 대야?"

"난? 난 군대!"   


태블릿으로 맞추는 퍼즐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맞췄다. 아내가 IQ가 좀 높은 편이라 엄마 닮아서 그렇다며 나 역시 둘째 놈에게 다른 퍼즐 앱을 깔았고 아주 쉽게 퍼즐의 끝판왕까지 다 맞추셨다.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었다. 역시 엄마 머리 닮아 좋다며 칭찬을 계속해줬고 퍼즐에 흥미가 생긴 둘째 놈을 위해 이번에는 종이퍼즐을 줘봤다. 종이퍼즐 5조각 따위는 식은 죽 먹기 겠거니 했다. 둘째 놈 역시 실물로 된 종이 퍼즐을 받고 신나 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단 한조각도 못 맞추었다. 전혀! never!

"아빠! 니가 해!"

이게 무슨 일인가? 둘째 놈이 퍼즐을 하나도 못 맞추었다. 단 한 개도. 겨우 5조각인데 어떻게 하나도 못 맞출 수 있을까 해서 다시 맞춰보라고 했더니

"이건 너무 어려워!"

라며 퍼즐 맞추기를 거부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5조각이 뭐가 어렵다고 그래? 태블릿은 30조각도 넘게 맞추더니만.'

태블릿을 주고 다시 퍼즐을 맞추어보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선 더 이상 둘째 놈에게 태블릿을 주지 않았다. 그동안 태블릿으로 퍼즐 맞추는 모습을 똑바로 관찰하지 않았던 내 모습을 반성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냥 퍼즐 조각 하나 드래그해서 그림 여기저기 빙빙 돌리다 보면 슈퍼 초 인공지능 알파고 정도는 아니어도 이 태블릿이 그 퍼즐 조각과 맞는 그림의 위치에 '착' 하고는 자동으로 맞춰버렸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이리저리 드래그하면 알아서 맞춰주니까. 이러면 1000조각 짜리라도 드래그하는 방법만 알려준다면 아무 생각 없이 손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태블릿을 치웠다. 이제부턴 종이퍼즐을 맞추기를 시작했다. 퍼즐을 아무리 그림에 놓아도 맞춰지지 않는다. 둘째 놈은 퍼즐이 안 맞춰진다면서 연신 짜증을 내더니 퍼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태블릿을 하고 싶다고, 태블릿 퍼즐을 하겠다고 울어댔지만 나와 아내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종이 퍼즐만 줬을 뿐이고 둘째 놈은 퍼즐 맞추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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