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저하는 때가 많습니다. 지나간 일을 자주 돌아보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 모습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건 내가 잘못을 저지른 때입니다. 그나마 잘못이 알려지는 그 순간에는 괜찮습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납니다. 이미 잘못을 시인했음에도 쥐 죽은 듯이 다닙니다. 받을 질책 다 받았고 나 역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는데도 계속 죄지은 사람처럼 행동해요. 그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금방 씩씩하게 일어서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잘하려다가 나온 실수라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깨 펴고 다니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요.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나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누구든 무거운 마음을 가지게 될 거예요. 이겨내는 힘 혹은 그것을 다루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지요.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만약 그 잘못이 고의였다면 어떨까요? 일부러 다치게 했다면 혹은, 다칠 줄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면요? 일을 망치게 될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았다면요? 일부러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무언가 처리할 일이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쳤다면요?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에도 주눅이 들어 숨어 버리고 싶은 게 사람입니다. 그것이 고의였다면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번에는 한 발 더 나가 봅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내가 저지른 것이 분명하지만, 그 사실을 오직 나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간혹 조금 어색하더라도 약간의 순발력과 연기력이 있다면 가능할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나는 상관없는 척하는 거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뿐입니다. 내 속은 타들어 갈 거예요. 늘 긴장하며 지낼 겁니다.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나를 바라보면 분명 나를 의심하는 것으로 느껴지지요. 가끔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뭔가 알고 있나?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거 아니야?’ 하며 그 사람을 경계하고 주시하게 됩니다. 저쪽에서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 수는 없지만 왠지 불안해요.
사건의 종류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나는 그랬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니거든요. 나는 알고 있잖아요. 역시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당당히 지낼 수 없는 상황은 누구라도 반기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것을 피해 갈 수 있을까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아주 당연한 방법입니다. 사실 방법이랄 것도 없어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되거든요. 미안할 만한, 말하기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눈치 볼 것도 없지요. 하지만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언젠가는 실수하게 됩니다. 때로는 나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또 어딘가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게다가 아주 유감스럽게도, 어떤 실수는 반복됩니다. 그래서 다음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해지는 겁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예요. 그것을 내가 했는데 실수였다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알고 행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후회된다면, 그리고 마음에 걸린다면 그대로 말하세요. 마음을 다해서요. 물론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크게 야단을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것이 끝입니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끝이 있어요. 나의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마주치기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축되지 않아도 됩니다. 몇몇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현저히 줄어들 거예요.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한 그 태도 자체는 칭찬받을 수도 있고요.
나는 웬만하면 지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는 확실하다고 자부합니다. 관계에는 항상 약속이 존재하는데, 나로서는 그중 시간 약속이 가장 지키기 쉬운 부분이거든요. 게다가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것을 싫어하여 가능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합니다. 그래서 약속이 있다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출근해야 했던 어느 날,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그렇게도 싫어하는 뜀박질을 했습니다. 단 일 분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했던 말은 “죄송합니다.” 한마디였습니다. 어떤 이의 눈에는 뻔뻔해 보였겠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 정도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그동안 내가 출근 시간을 잘 지켰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요.
잘못이 없어서 떳떳한 게 아닙니다. 숨길 것이 없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그럴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간의 규칙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나쁜 의도를 갖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살다 보면 가끔 나를 시기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나를 모함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는 떳떳하니까요. 이제껏 보여준 나의 모습이 나를 지켜줄 것입니다. 나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보호해 줄 거예요. 행여 실수하더라도 불순한 의도로 해석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의 이미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이 하나하나 쌓여서 여러분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하지만 떳떳하게 보일 가장 중요한 대상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할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