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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인 걸 증명해 봐

by 한수

우리는 어디선가 이야기를 듣고 다른 누군가에게 전합니다. 때로는 나만의 살을 덧붙이면서요. 이야기는 처음보다 크고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모두 ‘진짜’인 것처럼 여기죠. 이야기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하지 않습니다. 세상도 나도 믿고 싶은 대로 보고 들을 뿐입니다.


“그건 모두 거짓이다!”

이야기의 당사자가 외치지만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가지 않았음을, 관계하지 않았음을, 그런 일이 없었음을 밝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야기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그 소문이 ‘근거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됩니다.


이슈가 잠잠해질 때쯤 저 구석 어디선가 사실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그 일을 잊습니다. 그 사람도 잊어요.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일(사람)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그를 욕하던 몇몇이 그를 옹호할 뿐입니다.


그렇게라도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자 하는 시간도 의지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순간 자신이 접한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거짓을 퍼뜨린다면, 그들 대부분은 목적을 달성할 겁니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시험지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는 주인공에게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니가 증명해야지. 소문의 당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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