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멈추면 단절이 시작된다
결혼생활이란 한 배를 타고 노는 저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배가 하나이니 방향도 하나입니다. 함께 같은 곳을 향하는 것, 우리가 결혼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이유지요.
이제부터 배를 움직여야 합니다. 각자 노를 하나씩 들고 구령에 맞춰 노를 젓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나는 노 젓는 힘과 속도가 다릅니다. 섬세하고 민감한 정도도 다르지요. 직진은 물론 방향을 틀 때도 균형이 필요하니 나 하나의 힘이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컨디션과 의도에 맞춰 나의 그것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때로는 더 세게 더 빨리 저어야 합니다. 어떤 날은 아주 약하고 느리게 저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의 페이스대로만 노를 저으면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게 됩니다. 원하지 않는 곳에 도착할지도 모르지요.
때문에 안전하고 즐거운 항해를 위해서는 언제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려야 하고 또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지금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상황과 서로에 대해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는 각자 ‘알아서’ 할 수 있게 됩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더해 상대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관심이 줄어듭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알아서 하는 것만도 다행이지요. 이쯤 되면 대화는 거의 사라집니다. 밥을 먹어야 할 때나 물건을 찾을 때 말고는 말을 걸지 않아요. 말하기 싫어 싸움을 안 하는 부부도 있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게 아니어도 대화가 끊긴 부부는 많습니다.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익숙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게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어릴 적부터 조용하고 순응적인 태도가 미덕이라 여겼고, 고민이나 바람이 있어도 쉽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아니요.” “아무거나요.” “괜찮아요.”라는 말로 내 마음을 감췄던 적이 많았지요. 그땐 그게 맞는 줄 알았습니다.
길지 않은 삶이지만, 침묵은 벽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내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면 상대방도 점차 자신의 마음을 닫게 됩니다.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기고 이내 소통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서툴더라도, 때로는 민망하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언제나 대화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부부라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침묵도 습관이 되면 그냥저냥 지내게 되어 있거든요. 편하지는 않겠지만 어느새 그 불편함도 습관처럼 몸에 익는 겁니다. 간간이 편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정말 필요할 때조차 대화할 수 없게 됩니다. 다문 입술을 떼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못된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긴장될 거예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겠죠?
대화가 없었다면, 우선 가벼운 수다부터 시작해 보세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세요. 실없는 농담도 좋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음식,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들에 대해 말하세요. 반응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핀잔을 들을 수도 있고요. 그동안 그것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렇게나 불편한 침묵의 시간도 견뎌 왔잖아요. 어색함 정도야 우습죠? 상대도 나도 조금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범위를 조금씩 넓혀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시도하세요. 처음에는 사건 자체를 다루고 조금씩 나만의 의견을 덧붙이세요. 넌지시 의견을 묻기도 하면서요. 한 번 물꼬를 텄다면 다음은 쉬울 거예요.
주거니 받거니하다 보면 상대의 생각을 알게 됩니다. 내 생각도 정리되지요. 아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태도를 배우게 되는 건 덤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겁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더 나은 선택을 실행하는 것이니 무엇보다 멋진 일입니다. 익숙하지도 않은 그것을 행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러니 당당하세요. 단, 나의 개그에 박장대소하지 않거나 나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말한다 해도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 목적은 대화 자체이지 이견의 일치나 승리가 아니니까요.
침묵은 미덕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이에요. 나의 침묵으로 아내마저 입을 다물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됩니다. 절대로요. 상상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