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드러날 거짓말

거짓말은 결국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by 한수

야근하는 딸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딸, 밥 먹었어?” 딸이 대답해요. “그럼 먹었지~ 엄마는?” 여기도 엄마가 묻습니다. “용돈? 어제 돈 줬잖아?” 아들이 말합니다. “그거 참고서 샀다니까요!” 이 둘의 공통점, 뭔지 아시나요?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우리 맨날 하는 그거 맞아요.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또 하나 있네요. 사실 엄마는 다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좀 찔리시나요?


사람은 종종 거짓말을 합니다. 모르겠지? 모를 거야. 몰라야 하는데… 하면서요. 눈 딱 감고, 나의 거짓말이 이번 한 번 뿐이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니까 제발 이 상황만 빨리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진실하기를 다짐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떤 거짓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거짓말과 관련된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서입니다. 상대방이 그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 사건을 언급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거짓말이 커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두 번째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거짓말을 보완하기 위해 세 번째 거짓말도 필요하지요. 거듭할수록 점점 복잡해집니다. 복잡해진다는 건 거짓말이 품고 있는 세계관이 넓어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네 번째 거짓말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모두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여 들키지 않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편으로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러잖아요. 종종 즉흥적으로요.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거짓말장이일까요?


아무튼 타고난 스토리텔러가 아닌 거짓말쟁이는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제 그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반응했다간 금세 들통날 수 있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그간의 거짓을 뒷받침할 다음 논리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아휴,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 않나요? 그러니 가능한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나마 먼 사이에서는 괜찮습니다. 사실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러거나 말거나”지요. 하지만 가까운 사이는 다릅니다. 거짓말한 나도 그걸 듣는 상대도 꽤나 힘든 날들이 될 거예요. 뻔히 보이거든요. 나 역시 뻔히 보일 거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고요.



거짓말은 보통 나의 잘못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아무리 성인이라도 거짓말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잘못을 드러내는 건 매우 큰 용기를 필요로 하거든요. 이어질 비난에 대한 두려움 또한 크고요.


거짓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방이 알게 되면 좋을 것 없다는 판단입니다. 상대가 이 사실을 알고 기분이 나쁠 수 있잖아요. 그 말만 듣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안겨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고요. 어떤 형태든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면 애초에 모르는 편이 나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께는 밥 먹었다는 거짓말을 자주 합니다. 몇 시간 전에 음식을 아주 많이 먹어서 여태 배가 부른 상태일 때도, 이제 막 밥을 먹으려할 때도 그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끼니 때 아닌 시간에 밥을 먹는다고 하면 괜히 걱정하실까 봐서요.


부부 사이는 어떨까요. 역시 거짓말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때론 선의라고 생각한 거짓말이 선의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나를 보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내일 시간 내서 병원 좀 가 봐.” 다음 날이 되었지만 당최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병원에서 뭐라고 하느냐는 아내에게 “그냥 좀 피곤해서 그렇대.” 합니다. 아내가 걱정하는 것도 싫고, 사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겉으로 보기엔 별일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별일이 아닐까요? 알고 보니 내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거라면 어떨까요? 그날 병원에 갔다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던 거라면요? 좋습니다. 몸에 아무 이상도 없다고 해 볼게요. 그렇다면 나의 몸은 내 것이기만 한가요? 니 몸 내 몸 각자 챙기는 거예요?


솔직히 무엇이 옳은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당장 상대의 기분을 생각한다면 알리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지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상할 수 있기에 방향 잡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되면 저는 보통 이렇게 자문합니다.


결국엔 아내도 알게 될까?


언젠가 밝혀질 거라면 되도록 빨리 얘기하기로 다짐합니다. 의도적으로 늦게 알려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감정이 상할 수 있거든요. 입장을 바꿔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든 없든 알리지 않았다는 건 참 섭섭한 일입니다. 우리는 부부잖아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기를 바라잖아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이 그렇다는 겁니다. 내가 상대의 일과 우리의 일을 알지 못하는 상황은 쉽게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면, 그리고 정말로 그 일을 알리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반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비밀 유지가 가능한가?


하지만! 기억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복잡할수록 지키기는 더 어려워요. 그러니, 가능한 솔직해지세요. 더하여 나의 감정, 생각 등도 공유하기를 권합니다. 솔직함은 상대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 ‘너는 나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아요. 어설픈 거짓과 변명보다 백 번 나은 방법입니다.



물론 살다 보면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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