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그때의 저는 결혼이라는 곳으로 직진했습니다. 현재의 상황 따위는 잊은 채로요. 평상시의 상태를 ‘제정신’이라 한다면, 분명 제정신은 아니었지요.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만약 그때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면 지금도 미혼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그래서 저는 그때 가졌던 기대와 환상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대하는 마음은 시작에 도움을 줍니다. 결혼 역시 그렇지요. 밝은 미래가 그려져야 뛰어들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힘이 솟아야 직진할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곧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일단은 돈이 필요합니다. 집세도 내야 하고 각종 공과금에 식비, 교통비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해 보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겁니다. 물론 그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족과 관련한 지출이 생기거든요. 필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들이 늘어날 거예요.
이제부터 아내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게 될 겁니다. 그동안 몰랐던 모습, 알았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거예요. 다시 한번 다짐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함께해야 하거든요. 아내의 입장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을 얻기 위해 썼던 나의 가면도 곧 빛이 바랠 테니까요. 그동안의 가면 쓴 모습을 노력으로 봐 줄 수도 있지만 본모습을 마주하는 건 그것과 별개의 문제이지요. 물론 어쩔 수 없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까요. 계속 같이 있어 보세요. 쉬는 시간 없이 내내 긴장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나의 눈에 콩깍지가 끼게 했던 그 모습도 이제는 식상해집니다. 환상이 벗겨지는 거예요. 세상에 가끔씩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불꽃 튀는 감정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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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행복을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경험했다시피 늘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결혼생활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높은 언덕을 넘고 깊은 골짜기를 지납니다. 괴롭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평평한 길도 걷게 될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은 혼자였던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됩니다. 가지 않은 길을 그리면서 다시는 가지 못할 거라고 안타까워하겠지요. 그렇다고 그것을 모두 후회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이 상황 안에 놓여 있는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일 뿐이지요. 어쩌면 삶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건 마냥 좋을 수는 없는 겁니다. 뒤도 돌아보고 멈추기도 하면서 결국 앞으로 나가는 거예요. 고민해야 할 것은 고르지 못한 그 길 위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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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때가 오면 시작하면서 가졌던 다짐들을 떠올리세요. 가장 중요한 그것들을 꼭 쥐고 계속 노력하세요. 나날이 힘쓰지 않으면 행복은 절대 유지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