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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악플러

by 한수

갑자기 ‘그 펜션’이 떠올랐다. 큰 마음 먹고 선택했던 그곳. 궁금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드나들까?’ 당당히 ‘환불 불가’라고 적어 두었던 그곳의 근황을 알고 싶었다.


...


관리인과 시간을 맞춰야 했기에 미리 도착 예정 시간을 공유한다. 그렇지. 해야 할 일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체크인할 때는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까. 이해한다. 꼼꼼히 시간을 체크하고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다.


도착. 주차장에는 차 한 대 보이지 않았다. 짐을 내리고 숙소로 이동한다.


고요하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모든 문은 잠겨 있다. 소리를 지르며 십여 분을 돌아다닌다. 혹여 주변 정리를 하다가 쓰러지거나 한 건 아닌가 걱정하며 주변 풀숲을 살핀다. 다행히 무사(?)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문자도 없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예약 플랫폼에 전화를 걸었다. 약속하고 왔는데 사람이 없다, 연락도 안 받는다 했더니 자신이 연락해보겠다 한다. 전화를 끊자 잠시 후 펜션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그 태도에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급하지도 않다. 오히려 화내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결국 한다는 말이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들어가 있으란다.


기껏 시간 내 쉬러 와서는 기분만 상해 버렸다. 그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실갱이를 이어 가다 결국 비용을 환불받기로 했다. 아마도 나는 ‘별난’ 사람이 되었겠지만 그곳을 벗어나게 되어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


마치 내가 쓴 것 같은 댓글을 발견하고 코웃음을 친다.

‘ … 연락 두절은 기본이고 … 지배인의 매너가 최악이네요 … ’

흥,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최근 댓글은 달랐다.


‘ … 악플러들 때문에 사장님 고생 많으시겠네요. … 번창하세요~ ‘


이럴 수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두 가지 이유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리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악플을 달려고 했을까? 악플이 많이 달렸길 바랐던 걸까? 그걸 보면서 “쯧쯧, 그러면 그렇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싶어서? 아니면, 펜션이 사라진 걸 보고 싶었을까?


좁은 나의 마음은 여전히 불신으로 가득하지만, 사람은 변할 수도 있잖은가. 어쩌면 그날만 그랬을지도 모른다. 혹 말 못할 그만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나는 변화의 여지를 묵살했다. 어쩌면 누군가의 추락을 ‘기대’했다. 그것은 내 생각과 경험이 맞았음을 증명하겠다는 의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의라도 있다면 좋았으련만 솔직히 그렇지도 못했다. 못된 심보다.


비판과 비난의 분명한 차이를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비판하고 싶은지 비난하고 싶은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혹은 대의를 위해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너지길 바라는 마음에 내뱉는 말인지도 나는 안다.


글을 쓰고 말을 뱉고 생각을 갖는 것 모두 한 템포 쉬어갈 필요가 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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