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세상은 혼자 아닌가요?

by 한수

너무 외로운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어요. 나의 괴로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관심 있는 척 지내지만 사실은 모두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라고 말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 주어도 그저 그뿐이었습니다. 나만큼 아프지도 않을 거고 나만큼 고민하지도 않을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돌아서면 다 잊을 거라고요. 거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건 나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냈어요.


‘이것은 나의 문제야. 그들은 내가 아니니 나처럼 잘 이해하지도 못할 거야. 그러니 결국 나만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해.’


물론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들은 절대 내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처럼요. 상대방의 입장을 꿰뚫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실 나의 진짜 마음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어요. 소리내지 않았지만 나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이고 싶지 않아. 위로받고 싶어. 관심받고 싶다고!’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 그 상황을 정당화시켰던 거예요. 나의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우기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도 견디고 있었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솔직해도 괜찮아.”


가끔 휴대전화를 열어 지인들의 SNS 프로필을 살펴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인의 사진이 보입니다. 우리 많이 듣는 명언도 있지요. 멋진 장소가 보입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많아요. 때로는 스스로에게 외치는 듯한 글귀도 보입니다. “할 수 있다. 아자아자!”


잘 다니고, 잘 입고, 잘 먹고 있네요. 심지어 고난의 시간도 힘차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다들 멋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보여줍니다. 가장 근사한 모습으로요. 동영상 하나, 사진 한 컷, 심지어 문구 하나를 올릴 때도 심사숙고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나의 짐작은 이러합니다.


그들은 현재의 행복함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새로 산 운동화를 보여주고 싶어 해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때로는 지쳐 있음을 알리고 싶어 해요. 그리고 나는 그 다양함 속에서 공통의 욕구를 보게 됩니다. 현재 상태의 좋고 나쁨을 떠나 ‘관계’를 원하고 있어요. 나에 관한 것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멋있어’ ‘대단해’ ‘괜찮아’ ‘잘될 거야’ ‘부러워’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를 바라보아야 해요. 게시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내 게시물에 공감하고 댓글을 달아 주면 참으로 기분 좋습니다. 관심 받는 거잖아요. 나의 기분이 ‘팔로워’와 ‘좋아요’ 수에 영향을 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고 보면 혼자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보세요. 많은 사람이 클랜 혹은 길드라고 하는 무리에 속해 있습니다. 그들과 ‘같은 시간’에 ‘함께’ 게임을 합니다. 가상일지언정 같은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런 사람이 어느 날 혼자 게임에 접속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 그것만큼 지루한 게 없을 겁니다. 아마 금방 접속을 끊을 거예요. 여러분의 마음도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나 혼자’라거나 ‘세상은 원래 그렇게 사는 거지’ 하면서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러니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위로받고 싶다고, 칭찬받고 싶다고 말하세요. 관심받고 싶다고 하세요. 괜찮습니다.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물론 혼자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거야. 혼자가 좋아.”라고 말하며 기쁨에 넘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강도 혹은 횟수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타인과의 관계는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힘들다고 말하세요. 외롭다고 말하세요.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모릅니다. 옆에 있는 사람도 알지 못해요.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알려 주세요. 말을 걸어 보세요. 어쩌면 그들 또한 여러분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 그 크기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관심의 양이 적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도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모두 자신만의 고난을 겪고 있어요. 그 와중에 여러분을 보듬는 거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들의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는 것입니다. 양과 크기를 따질 필요는 없어요. 그 마음 자체로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그 작아 보이는 것들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게 되거든요.


다른 사람이 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어요. 당연합니다. 내 삶의 주체는 나여야만 하니까요. 대신 살아주면 내 삶이 아니지요.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 또한 분명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걸 원하고 있어요.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나요? 마음을 조금만 열고 주위를 살펴보세요. 당장이라도 달려와 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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