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였던 어느 날, 가끔 끄적이던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갑자기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에 대해 적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생각나는 대로 옮겨 봤습니다. 더 나오는 게 없을 때까지 계속했습니다. 작은 노트였지만 나름 한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웠습니다. 뭔가 적는 걸 좋아하던 때라 종이를 가득 채운 글자에 잠시 뿌듯함을 느꼈지요.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만으로 나를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고민해 봤지만 마음에 드는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빠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누구일까?
누구나 해 보았을 질문입니다. 하지만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족할 만한 답을 얻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것을 두고 맞고 틀림을 논하기도 어렵지요. 어쩌면 정답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묻고 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의 격언이랍니다. 나 자신을 아는 것. 인류가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한 오래된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으로 나왔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답은 ‘내가 누구인가’로 수렴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죽음 이후에 대한 질문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그리고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 무엇을 자극할 만하지요.
나의 얘기를 해 볼게요.
나 역시 나를 찾고 싶었습니다. 나를 알고자 했어요.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언젠가부터 종종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명확하게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궁금했어요.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나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 나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빠른 속도를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방향으로 가고자 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나만의 방향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요?
답은 쉽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일단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 보듯이 나를 헤집어야 할 수도 있거든요.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알아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요청하기 위해 입을 떼는 것도 어렵고, 그것에 응해 줄 사람도 많지는 않을 거예요. 사람을 앞에 두고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지요.
물론 모두 시도해 볼 만한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직면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진실 혹은 진심은, 가끔 꽤 아프거든요.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물론 고개를 돌려 피하고 싶을 거예요. 거북한 것들과도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그 모습조차 나 자신임을 인정해야 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조금씩 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원치 않거나 부끄러운 것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저 나를 바로 알고자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나의 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를 알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변화에 대한 욕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욕구가 없는 사람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가는 길. 매우 고단하겠지만 가치는 충분하겠죠?
때문에 나는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응원합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아주 큰 용기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 마음을 쉽게 잊거나 잃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도하면 되거든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의도치 않더라도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오늘 알게 된 나의 모습이 내일도 모레도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를 찾는 일은 끝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 자체가 나를 찾는 과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요?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알아가면 됩니다. 자신을 보며 물음표를 가졌다는 자체로 바람직한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주 긍정적이에요. 여러분의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