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요

by 한수
어른들은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꿈? 그런 거 물어보지도 않아. 아마 내가 요즘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을 걸. 나를 이해한다고? 믿지 마. 다 거짓말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른들은 기본적으로 여러분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같지는 않지만 나름 비슷한 시기를 거쳐왔으니까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나는 왜 하고 싶은 게 없는지, 나는 왜 이렇게 못났는지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요.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도 수없이 경험했고 종종 ‘왜 사는 걸까?’ 심각하게 따져보기도 했거든요. 그 낯선 감정들에 휩싸여 휘청거려 봤어요. 여러분처럼요. 농담이 아니에요. 우리도 청소년 시절이 있었다니까요.


그렇다고 공감을 잘한다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어른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요.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는 말 알죠?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그것을 따르지 못하는 거예요. 어른들도 그 시절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들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면 일정 부분 비슷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른이 공감을 위해 노력합니다. 세대 간 단절은 절대 좋은 게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늘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가고 있는데 서로 소통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해 보고 가늠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진심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한다 해도 여러분이 느끼게 될 그 깊이와 크기는 출발했을 때보다 많이 축소될 거예요.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 그것을 이해하는 정도, 해석의 방향, 사용하는 언어 등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해서 더욱 그러하고요. 관계가 틀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부재와 오해입니다.


사람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거나 유사한 경험을 했던 사람에게 크게 반응합니다. 그들의 걱정이 더 진심으로 들립니다. 그들의 조언이 나의 마음을 움직여요. 반면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스타일의 삶을 살아 온 사람의 말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일리가 있든 없든 사람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 마음에라도 기대고 싶거든요.


나도 그랬어요. 나도 여러분처럼 복잡했습니다. 여러분 주변의 어른들도 비슷했을 거고요.


청소년기는 참 특별했습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성장했어요. 어느 시점이 되자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를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그건 왜?’로 시작해서 ‘도대체 왜?’로 끝났어요. 그냥 다 이해가 안 되었나 봐요. 어떤 날은 괜히 답답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서 그 모든 걸 알고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내 마음을 짐작했을 누군가가 다가오거나 그러려는 낌새가 보이면 그걸 또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에 기대려는 내 모습도 싫었고요. 자존심이 상한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참 별로였겠지만,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함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눈앞이 뿌옇게 보일 수 있어요. 확실한 무언가를 잡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는커녕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몰라 그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나를 봐 주길 바랍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어요. 아니, 말하지 않아도 내 상황을 알아주고 또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길 바랍니다. 무작정 다그치기보다는 보듬어 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은 말이 잘 안 통한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진짜로 등지고 있는 상황은 이래저래 너무 불편하거든요. 그렇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굳은 다짐이 필요합니다. 이해와 공감을 위해 나의 기준을 내려놔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여러분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같습니다. 한 번 보고 듣는다고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게다가 어른들에게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해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은 믿지 못하겠다 단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못 하는 것뿐이니까요.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했고 또 현재에 집중하느라 놓치고 있는 것이지요. 기억이 나더라도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 아니니 또 미흡합니다. 물론 어른들이 잘하고 있다거나 여러분의 문제가 덜 중요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에 의도치 않게 어긋나기도 한다는 겁니다.


해결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닿으면 됩니다. 떨어져 있는 거리 만큼 이동하는 거예요. 서로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름길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방향을 잡고 전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둘 중 한 사람만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에는 지치고 맙니다. 체력적인 문제는 견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정말 힘들어요. 우리가 만나야 하는데 상대방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한 발도 떼지 않았어요. ‘원하지 않는 걸까?’ ‘괜히 다가갔다가 핀잔만 듣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힘이 빠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마음이 닿는 곳은 한 쪽이 아닌 둘 사이 어딘가가 되어야 합니다.


정확한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꼭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어느 한쪽이 조금 더 움직였을 테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나의 의지를 보여 주는 일입니다.


그 시작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대화입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거예요. 일단 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 발 내디뎌 보세요. 내가 처한 상황과 그것을 대하는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해 주세요. 그러면 여러분을 향해 두 팔 벌려 환영할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절실한 그 마음을 몰라주었음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어른들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처럼 매우 견고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열쇠가 아주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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