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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석준 Nov 19. 2021

하려는 말을 먼저 하세요. 두괄식으로 말하기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면 저자가 하나의 주제를 말할 때 어떤 식으로 논리를 구성했는지를 자주 살펴봅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이렇게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저자의 논리를 배울 수 있고, 내가 다른 곳에서 말하거나 글을 쓸 일이 있을 때도 응용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본 거 하나 써먹었을 때의 쾌감은 끝내줍니다. 이에 대해선 다른 챕터에서 한 번 더 설명하겠습니다.      


 이렇게 ‘글’로 된 논리를 배우는 것은 참 쓸모 있는 일이지만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말이 글과 다르다는 점이지요.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정확히 다시 질문드리자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달함에 있어서 어떤 점을 다르게 생각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시간입니다. 글은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말은 시간에 구속 받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방금 제가 쓴 저 윗 문단을 다시 한번 봐주세요. 이해가 되셨나요? 이해가 되셨으면 그냥 지나가도 되고요, 이해가 안된다면 다시 한번 읽으면 됩니다. 그렇죠? 하지만 윗 문단이 글이 아니라 어딘가 강연장에서 제가 말로 강연을 한 거라면 어떨까요? 한번에 이해가 안되셨다면 다시 올라가서 읽을 수 있는 글과는 다르게 말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 버려서 한 번에 이해 못하면 다시 거슬러 올라가 들을 수 없습니다. 유튜브라면 왼쪽 두 번 눌러서 10초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현실은 안되니까요. 이러한 시간의 구속을 받는다는 점이 말과 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따라서 말을 할 때도 이 차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 말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고, 스피치 원고를 글로 명문으로 작성한 후 그 글을 그대로 읽습니다. 그러면 청중 대부분은 연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어때요? 이해가 되십니까? 그동안 왜 수많은 똑똑한 사람의 연설이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글’일 때와는 다르게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말은 하고자 하는 말을 맨 앞에 먼저 말해야 합니다. 즉, 두괄식으로 말해야 합니다. 주제를 먼저 던져놓고, 왜 그 주제가 말이 되는지 논리를 뒤에서 댑니다. 이를 두괄식이라고도 하고 연역법이라고도 하죠. 주제를 먼저 말하고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는 겁니다. 반대로 미괄식, 혹은 귀납법은요? 근거를 먼저 말하죠. 그다음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A는 B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어려운 자리에서 자기의 뜻을 말로 해야할 때 왠지 두괄식보다는 미괄식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하려는 말을 제일 앞에 주장하기가 꺼려지는거죠. 건방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겸손하게 말하려다보니 주장을 앞에 하지 않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근거를 먼저 댑니다. 그리고 그 근거들에 따라 이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폅니다. 그러면 듣는 사람의 뇌구조는 어떻게 될까요? 근거를 들을 때는 끄덕뜨덕 하다가도 주장이 나오면, ‘잠깐만, 왜 그렇게 된거지? 어떤 근거가 있었지?’라면서 아까 말한 근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쉽지 않죠. 말은 시간의 구속을 받으니 이미 그 시간이 지나가 버린 탓입니다. 필기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면 모르지만, 그런 경우가 흔한 건 아니잖아요? 미괄식이나 귀납법으로 말하면 의미를 전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물론 아주아주 고수들의 세계에서는 두괄식도 미괄식도 다 쓰입니다. 각자 설득하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뇌가 소리를 통해 의견을 전달 받는 과정이 다르니 말할 때도 다르게 하면서 두 가지 방법 모두 활용하면 됩니다. 미국 노예 해방의 아버지인 링컨 대통령은 미괄식 말하기의 달인이었다고 합니다.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으면 ‘이 말은 맞네, 이 말도 맞지, 그러네, 저 사람 말이 다 맞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링컨 대통령은 누구나 끄덕일만한 근거를 들어가며 차츰차츰 자신의 주장으로 청중을 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진짜 어려운 말하기 방법이고 링컨 대통령쯤 되는 말하기의 고수만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링컨 대통령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보다 쉬운 방법으로 해보자고요.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던져두고, 그다음에 근거를 설명합시다. 두괄식의 달인으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있습니다. 유명한 문장이 기억나시죠? 영어 공부하며 유명 연설문을 공부하셨다면 누구나 읽어봤을껍니다. 매번 하려는 말을 할 때마다 ‘I have a dream.’으로 시작합니다. 그 꿈이 무엇인지는 그 뒤에 설명하는 방식이죠. ‘I have a dream.’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의 뇌는 ‘dream’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게 되고, 킹 목사는 그 뒤에 자기의 ‘dream’이 뭔지 설명을 해 줍니다.      


 스티브 잡스 아시죠? 저는 이 사람이 21세기에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뜻을 명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하는 영역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잡스의 대표적인 연설은 아이폰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일텐데요, 제가 큰 감동을 받은 연설은 다른 것입니다. 바로 2005년 여름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의 연설입니다. 시간 되시면 이 연설을 한 번 봐주세요. 두괄식으로 말하는게 얼마나 파워풀한지에 대한 샘플 같은 연설입니다.       


 두괄식을 사용해야 말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설명한 듯 합니다. 그러니 다음의 두 문장을 봐주시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내가 속이 니글니글해, 사실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거든. 그러니까 저녁은 찌개를 먹을까?’

 ‘오늘 저녁은 찌개를 먹자.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다니 저녁은 한식이 먹고 싶어.’     


 말로 할 때는 당연히 두 번째 방식으로 말을 해야합니다. 그래야 더 내가 하려는 말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설득력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읽으면서 ‘어, 나는 윗 문장이 더 설득력있는데?’라고 생각한 분들 있으시죠?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제 말을 ‘듣고’있는게 아니라 제 글을 ‘읽고’있으니까요. 위 두 문장을 친구에게 번갈아가며 ‘말’로 해보세요. 친구의 표정을 통해 차이를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해봅시다.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근거를 들어보세요. 듣는 사람들이 여러분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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