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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선 Nov 01. 2023

내 직감을 믿어도 될까요?

II | 여사제 The High Priestess

타로에서 여사제 카드는 보통 미스터리, 신비, 지혜, 직관 이런 걸 뜻합니다.

왠지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의 카드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있지만, 사실 제 최애카드입니다! 이 카드가 나오면 안심이 돼요. 어떻게 일이 풀릴까? 어떤 카드가 나올까? 간절하고 긴장되는 마음속 팽팽한 끈이 툭 끊기는 느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카드 중 하나입니다.


아무도, 그 누구도, 날 갓난아이 때부터 봐온 부모님조차,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내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잖아요. 아무도 내가 되어서 나의 매 순간을 살아내지 않았으니까. 같은 하늘을 보면서 떠올리는 기억과 느끼는 감정이 각각 다르듯, 어떤 감정을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가 모두 다르듯, 누군가 공허함이 가슴 시린 아릿함이면 누군가에겐 속이 뒤틀리는 메스꺼움일 수 있듯 - 우린 결국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우린 모두 언제나 조금씩 외롭습니다.


하지만 여사제는 "너의 답은 네가 알고 있어 - 너에겐 너의 삶의 파편들, 삶의 기억들이 너를 위해 기다려"라고 말해요. 아무도 내가 돼 보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 누구도 나의 결정을 대신 내려줄 수 없지만,

그래서 너무나 외롭고 책임이 무거운 "나"이지만,

난 결국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줄 알아요.


여사제 카드는 내면의 직관과 지혜를 강조합니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내면의 지혜와 직감을 신뢰해도 괜찮다고 용기를 전해요.

"네가 지금은 보지 못할 수 있지만,

지금 너에게 일어나는 일들, 이 상황의 끝은

너와 이 상황에 있는 사람 모두 결국엔 자기 자신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밑거름이 돼줄 거라고.


우린 타인의 선택에 많이 의존해요. 어른의 말을 들으라고 가르침 받으면서 자랐고요. 물론 눈감고 귀 막고 오만함과 경솔함으로 세상을 나아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말과 시선이 내 선택을 좌지우지해선 안 돼요. 왜냐하면 그들은 내 삶은 모르거든요 - 오직 그들의 삶과 그들의 경험, 그것들에서 느낀 점들만을 기반으로 나에게 조언해 줄 수 있어요. 절대적인 사실이 아닌, 그들의 사실만을.


내가 내린 결정이 당장은 "실패"한 선택일지라도, 내 삶에 전반적인 시야에선 이 경험이 더 큰 행복으로 가는 길에 필수적인 요소일 거란 시야일거예요.


대표적인 라이더웨이트덱의 여사제카드에는 까만색과 하얀색 기둥이 양옆으로 있습니다.

검은색 기둥에는 B - Boaz 보아즈 (히브리어로 בעז), 즉 - 어둠, 악, 부정 - "in his strength"

흰색 기둥에는 J - Jachin 야긴 (히브리어로 יכין ), 보아즈의 반대인 빛, 선, 긍정 - "he will establish”


솔로몬신전에 있는 이 두 놋기둥은 존재의 이중성 - 양극화된 지구에서의 삶을 말합니다.

In his strength, he will establish.

즉, 너의 어두움 속에서 빛을 찾을 것이다. 너의 아픔 속에서 찾아낸 힘으로, 너는 세울 것이다.


여사제는 두기둥 가운데서 편안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앉아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두려움에서 도망치지도, 내가 경험한 행복을 좇지도 않습니다. 왼쪽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오른쪽으로 치우칠 시계추처럼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단 걸 "덧없음"의 허무함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올곧음의 중심으로 사용해요. 극과 극 - 모든 걸 겪어낸 나를 믿기에 요동치고 혼란스러운 세상, 난 이번에도 잘 해낼 거야.


그래서 전 여사제카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타로가 전해주는 가장 따듯한 위로 중 하나예요. 앞으로의 일들이 무조건적으로 좋기만 하다곤 말하지 않겠지만, 그 무엇 속에서도 우리는 잘 해낼 테니까요.

다시 한번 나의 삶을 살아갈 자신감을 얻습니다.


L: 내가 해석한 여사제 타로 | R: Rider Waite Tarot


그림에 넣은 상징들:

크레센트 달 - 삶과 죽음

부엉이 - 지혜

나비와 뱀 - 재탄생, 변화 그리고 힐링


여사제는 개인적으로 제일 닮고 싶은 카드입니다. 그래서 78개의 카드 중, 유일한 제 자신을 모티브 해서 그린 일종의 자화상이에요. 과거에 머물러야 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하기 너무 힘들어하는 제가 꼭 탈피의 과정, 지금 당장은 아플지라도 그 후 한층 더 깊어질 내가 있단 걸 기억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선물한 타투가 있습니다. 왼쪽팔의 직접 그린 나비 타투, 오른쪽 팔의 푸른 뱀 타투를 상징하기 위해 여기서도 특별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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