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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Feb 08. 2019

쉽지만 잘못된 길을 택한 <런닝맨> 제작진

누군가를 비하하는 욕을 이용해 웃음을 유발해서는 안된다

  이 글에서는 지난주 방영된 <런닝맨>의 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https://tv.naver.com/v/5263499

2월 3일 방영된 <런닝맨>의 한 장면. 1분 20초부터~ (출처 : 네이버 TV)

  이 영상은 지난주 2월 3일 런닝맨에서 나온 장면으로, 초성게임을 하는데 'ㅂㅅ'이라는 초성이 등장하자 양세찬이 '병..!'을 외치고 탈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 예상 가능하다. 제작진이 덫을 놓았고, 양세찬이 그걸 밟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장면 속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웃은 것처럼 이는 다분히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그러나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ㅂㅅ'이라는 욕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것,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웃음을 유발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 우리나라의 욕에는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수많은 욕들이 어떤 집단이나 대상을 비하하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약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되면서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ㅂㅅ'이라는 욕은 가장 많이 쓰이는 욕 중의 하나이지만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실수로 내뱉는 모습을 가지고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쉬운 길이다. 공중파에서 비속어가 등장할 뻔했다는 것만으로도 웃기고, 이를 내뱉은 사람의 표정으로 한 번 더 웃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 누군가를 상처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말은 욕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욕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욕이 감정의 해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 나 마저도, 너무 화가 나는 순간에는 거친 욕을 후두두두 쏟아내니까. 욕만이 해소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욕에는 다양한 표현이 존재하며, 누군가를 비하하지 않고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또한 <런닝맨>이 공중파 예능인 데다 다양한 연령대, 그중에서도 언어습관이 형성되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비하하는 욕을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려 했던 것에 대해 <런닝맨> 제작진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런닝맨>의 웃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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