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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Feb 14. 2019

신선한 소재도 뻔한 서사를 살리진 못했다

mbc 드라마 <아이템> 리뷰

  영화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판타지 장르는 더 이상 영화만의 것이 아니다. <나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 <W>,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다양한 판타지 드라마가 방영되었고,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MBC 드라마 <아이템> 공식 포스터. (출처 : MBC <아이템> 공식 홈페이지)

  그런 의미에서 2월 12일 새롭게 시작한 <아이템>은 방영 전,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다. ‘특별한 초능력이 부여된 아이템’이라는 설정, 그리고 최근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주지훈과 연기력으로는 믿고 보는 김강우가 함께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를 찾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강곤(주지훈), 조세황(김강우), 신소영(진세연). (출처 : MBC <아이템>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뚜껑이 열리고 나자 나의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이 작품의 신선한 소재, 즉 초능력이 부여된 아이템 외에 다른 내용들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우선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정의만을 좇는 검사 강곤과, 절대악의 재벌 조세황, 그리고 검사를 돕는 강직한 프로파일러 신소영이 등장한다. 이들의 성격, 직업, 성별 모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가 눈에 훤히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드라마의 내용이 전부 예상 가능한 것이다. 검사와 프로파일러는 동료들로부터 시기와 질타를 받을 것이고, 재벌은 눈뜨고는 보기 어려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예상할 수 있다. 검사와 프로파일러가 재벌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것도. 아무리 신선한 소재가 등장할지라도 등장인물의 설정이 뻔하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이 하는 대사들이 너무나 상투적이다. 아이템을 가지고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과 강곤의 격투씬에서, 강곤이 '학교에서 싸움짱이었거든?’이라고 말하는 대사라든가, 신소영이 죽은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든가, 강곤과 조세황이 전화통화로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어디서 개가 짖네요.’ '짖어야죠. 그리고 미친놈 보면 콱 물어야죠.'라든가. 수많은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온 표현인 데다 일상생활에서는 듣기 어려운 표현이다 보니,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다.

<아이템>에 등장하는 신소영(진세연). (출처 : MBC <아이템>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신소영 역을 맡은 진세연의 연기도 아쉽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리고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홀로 사건 현장을 찾는 일이 많은 터라 혼자 독백으로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독백이야말로 연기력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보니, 그의 어색한 연기가 두드러지게 보이면서 캐릭터의 활약에 몰입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여전히 이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는 소재에 있다. 아이템에 능력이 부여된다는 설정은 쉬이 볼 수 없었던 것이고, 능력의 한계가 없는 만큼 아이템을 이용해 벌어질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즉, 판타지 장르의 강점, 즉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 발현될 가능성이 살아있다(!)

  <아이템>이 방영을 시작한 날, 공교롭게도 SBS의 <해치>, JTBC의 <눈이 부시게>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작되었다. 3개의 드라마가 동시에 시작되는 만큼 '월화극 대전'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는데, 여기서  <아이템>은 2등을 차지했다.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배우들의 이름값이나 기대치에 비해서는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처음 시작된 시청률로만 그 후의 시청률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SKY 캐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이템>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서사의 뻔함을 최대한 지우고 판타지 장르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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