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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Mar 05. 2019

과오와 재능 사이, 우리는 무엇을 봐야하는가

<집사부일체>가 말하는 사부의 조건

"개 같은 X" "'내가 알아서 생각한다? 이 XX(성매매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야" “팔을 반만 올리면 XX(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설) 같다"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의 발언을 한 사람은 개그맨 유세윤이다. 앞의 두 발언은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라는 팟캐스트에서, 마지막 발언은 SM 타운 콘서트에서 나온 것이다. 모두 공개적인 곳이었다. 전자의 발언에 대해서 논란이 되자 그는 SNS에 '옹꾸라가 인기는 있나 봐'라는 말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이후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나, 20분간 진행되었다는 점과 쏟아지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후자에 대해서는 소속사 차원의 사과만 있었을 뿐 그 스스로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세윤은 여전히 활발히 공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와 그를 포함한 옹달샘 멤버)를 이상하리만큼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고, 음반에서부터 광고, 방송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급기야, 지지난주와 지난주 SBS의 <집사부일체>에서는 그를 '사부'로 모셨다. B급 감성을 배운다는 명목 아래 말이다. <집사부일체>를 꽤나 재밌게 보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모든 과오가 잊혀도 될 만한 수준의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는가? 나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유세윤의 광고 회사에서 <집사부일체>의 광고를 제작하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그의 회사에서 제작하는 광고 또한 그의 '여혐'적 사고를 그대로 반영한 경우가 잦았다. 문제가 되었던 광고는 '후쿠오카 함바그'와 '굿러버스 캠페인이었는데, 현재는 두 영상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아래 그 내용을 설명하는 기사를 인용한다.


  얼마 전엔 그가 제작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후쿠오카 함바그’ 바이럴이 이슈가 됐다. 돌판 위에서 춤추고 있는 핑크색 의상의 여자. 하늘에서 내려오는 2개의 젓가락. 젓가락을 잡고 춤추던 여자가 갈색의 고기로 잘 구워지면 그걸 입으로 가져가는 남자. 남자가 마주 앉은 여자에게 손짓으로 고기를 더 구우라고 시킬 때 카피가 뜬다. “즐겁게 굽고 맛있게 먹자.”(출처: ize 매거진,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5083019347296199)


  개그맨 유세윤이 대표로 있는 광고 제작사 ‘광고 100(광고백)’이 지난해 만든 자체 공익광고 중 하나인 ‘광고백 굿러버스 캠페인’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크다. ‘몸과 마음 사이’를 제목으로 한 이 광고에서 유세윤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윤마는 연인 사이를 연기하는데, 유세윤은 계속해서 윤마의 가슴만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여자의 가슴에 인사를 하고 질문을 하거나 망원경을 눈이 아닌 가슴에 갖다 대는 식이다. 영상에서도 여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가슴만 크게 클로즈업된다.

  끝내 여자는 참지 못하고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냐”며 “너 오늘 내 눈 한 번도 안 쳐다봤던 거 알아? 내 가슴이 좋은 거니, 내가 좋은 거니”라고 화를 낸다. 그에 유세윤은 “미안해. 나 너 사랑해. 믿어줘 내 맘 알잖아”라며 감정을 호소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유세윤은 여자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 영상 뒤로는 “여자는 때론 자신의 몸에도 질투를 느낍니다. 질투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그러고선 “당신의 사랑 골고루 나눠주세요”라고 결론을 맺는다.(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요약하자면, '후쿠오카 함바그' 광고의 경우에는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는 관습적인 차별 표현을 사용했으며 '굿러버스 캠페인'의 경우 여자친구를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고 신체적 부위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광고를 제작한 회사에다,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광고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물론, 애초에 유세윤을 사부로 모신 것 자체가 잘못되었지만.

  사실 집사부일체에 출연하는 사부 중, 자격에 의문이 드는 사부가 유세윤이 처음은 아니다. 마약 전과가 있는 사부(전인권)나, 탈세 전력이 있는 사부(노희영)가 출연하기도 했다. 과거의 과오가 있을지라도 그의 재능이 탁월하다면 과오를 잊고 그를 '사부'로 모시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에 반대한다. '사부'라는 이름 아래, 그의 과오가 세탁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므로. 이번 <집사부일체>의 유세윤 출연 이후가 '이미지 세탁'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사부 자격이 충분한' 사람으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그가 얼마나,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이 낮은 사람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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