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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Dec 31. 2019

여성의 무례, 남성의 무례

여성의 무례와 남성의 무례는 다르게 평가된다

연말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방송 3사의 시상식이다. 공중파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중요성이나 의미가 퇴색된지는 조금 됐지만 여전히 영향력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기쁜 자리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여러 논란이 생겼기 때문인데, 여기서는 여러 연예대상의 ‘무례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성의 무례와 남성의 무례는 다르게 평가된다


우선 무례 논란을 짧게 정리하자면,


박나래는 김구라가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한다’, ‘3사 본부장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등 여러 돌발적인 발언을 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전현무는 시상자로 나선 박막례 할머니가 수상자가 적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거의 뭐 개인 방송하듯이 하신다, 신선하다’라고 했다.

기안 84는 수상소감에서 같은 멤버와 연인으로 맺어졌다가 이별하면서 하차한 전현무 앞에서 ‘사내 연애하지는 말자’라고 말했고, 같이 상을 받은 헨리에게 ‘부대끼다 보면 아무리 방송이어도 죽이고 싶을 때도 있고’라고 말했다.


2019 SBS 연예대상 당시 발언 중인 김구라와 진행 중인 박나래.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57171093)

필자는 박나래가 무례했다고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구라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했다 하더라도, 이가 굉장히 돌발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이었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김성주의 마이크를 뺏어 발언을 더 이어가 시간을 지체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끊어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차치하려고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박나래의 행동이 무례했다고 여길 수도 있으니.


필자와 의견이 다르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말’로 무례를 범한 두 사람에 비해 박나래의 행동이 훨씬 ‘덜’ 무례한 것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박나래는 두 사람과 함께 '무례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시상식 직후 무례논란이 수많은 기사로 기사화되어 연예 뉴스란을 뒤덮은 것은 박나래였다.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한 기사는 박나래의 기사에 비해 적었고, 심지어 기안 84의 발언은 ‘엉뚱 소감'으로 표현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현무나 기안 84는 이미 이전에 ‘무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전현무는 이번 경우와 유사하게 시상식에서 ‘눈 앞에 있는’ 당사자에게 ‘말’로 무례를 범했고 이후에 사과했었다.(전현무, 강호동 논란) 기안 84는 시상식 복장 논란, 패션쇼 논란 등 무례논란의 전적이 전현무보다 더 화려하다. (이외에도 수많은 논란이 있는데, 필자는 도대체 이런 사람이 왜 아직까지 TV에 버젓이 나오는가 이해할 수가 없다.) 두 사람 다 비슷한 실수를 하고도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한 번의 실수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반복하는 것은 바뀔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우린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무례를 판단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성별 차이 말고는 이런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무례의 대상이 훨씬 나이가 많고, 무례한 표현이 훨씬 과격하며, 비슷한 실수를 반복해 저지른 것은 전현무와 기안 84 임에도 한숨 한 번으로 박나래는 '무례 논란'으로 이들과 함께 묶였다.

정말 다행히, 기사가 나온 후 인터넷이 박나래의 무례논란으로 뜨거웠던 날 많은 이들이 박나래의 행동이 무례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바뀌는 걸 보면서 무례를 바라보는 '대중'의 잣대가 잘못된 것인지, '기자'의 잣대가 잘못된 것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의미 없는 고민이었다. 왜? '기자'도 결국 대중이며, 동시에 대중이 좋아하고, 많이 볼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지금까지 한 번의 혹은 사소한 실수에도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져버리는 여자 연예인들과 중대한 혹은 반복되는 실수에도 금방 이미지를 회복하거나 용서받는 남자 연예인들을 꾸준히 봐왔다. 2019년에서 2020년이 되는 때, 다시 말해 새로운 십 년이 열리는 시기. 이제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과한' 도덕적 올바름의 기준을 낮추고, 성별에 상관없이 공평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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