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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un 27. 2020

야덕이자 기자 지망생의 환멸

지성준 선수의 성추행 사건, 이를 전하는 언론의 왜곡된 태도와 2차 가해

 필자는 야덕이다. 야구 덕후. 팀은 롯데. 롯데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가슴앓이를 한 것도 어언 10년이다. 그리고 필자는 기자 지망생이다. 기자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 중이지만, 최근 언론이 보여주는 행태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

 야덕과 기자 지망생, 둘 다 가혹하기 그지없는(....) 아이덴티티다. 롯데가 지면 수명이 하루씩 줄어들고, 롯데가 역전패하면 수명이 일주일 줄어들며(?) 일부 언론이 써놓은, '기레기'라고 불려도 마땅할 기사들을 보면서 진로적 고민을 오조오억번 하기 때문이다.


지성준 선수의 '성추행' 사건,

범죄로 얼룩덜룩해진 야구계의 화룡점정을 찍다


 이런 필자의 수명을 한 2년쯤 줄어들게 만든 사건이 며칠 전 일어났다. 바로 롯데 지성준 선수의 성추행 사건이 터진 것. 게다가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다. 지성준 선수는 롯데의 고질적인 '포수난'을 해결할 카드였다.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선수. 한화에서는 백업 포수로 머물렀지만 실력이 뛰었던 지성준이 포수난으로 고통받던 롯데에 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즌이 시작하고 그가 2군에 머물렀지만 롯데 팬들이 지성준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은 여전했다.

 그런데,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받다니. 게다가 미투 운동과 N번방 등으로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이 시기에. 대체. 자, 양 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문제다. 게다가 지성준 선수는 적극적인 해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야구계는 이미 범죄로 얼룩덜룩한 상태다. 도박, 음주운전, 공연음란죄, 약물 복용,...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이제는 미성년자 성추행까지. 아주 가관이다. 지성준 선수, 다시는 야구계에서 보고 싶지 않다. 얼른 은퇴해서 꺼졌으면.


그 와중에 한 술 더뜨는 언론,

'교제' 아니고 '성추행'입니다


 안 그래도 빡쳤던 마음을 더 빡치게 한 건 지성준 선수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 때문이다. 사건이 고발된 날 네이버 스포츠 기사 랭킹뉴스에 올라가 있던 기사의 제목은


''미성년자 교제 구설' 지성준, 2군 엔트리 말소...롯데 "면담 통해 확인 예정"

'롯데 지성준 미성년자 만남 구설수, 구단 사실 확인 중' 이었다.


 피해자가 고발했던 글을 보면 분명히, '교제'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성추행'을 당했다는 걸 밝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http://www.kgdm.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3487) 아니, 대체 어떻게 '성추행'이 '교제'로 인식된 걸까? 피해자의 글만 확인해도 이가 '교제'가 아니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 수 있는데. (#$@%%$$%@%$^#^@#&&#%@#^#^$^)(욕을 쓸 수는 없으니 특수기호로 표현해봤다. 진짜 세상에 있는 최고의 욕을 다 쓰고 싶다...) 기사를 쓰는데 피해자의 글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자신들이 가진 '왜곡된' 시선으로 '성추행'을 '교제'와 '만남'으로 둔갑시켜서 기사를 쓰다니. '객관적'이려고 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우리가 객관적이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는 성폭력 관련된 이슈다. 게다가 왜곡된 보도도 문제지만, 2차 가해도 이런 2차 가해가 없다. 결국 피해자는 기사를 읽었고 '교제'가 아니라 '성추행'이었다고 다시 밝히기까지 했다.

 어제, 오늘. 야덕도, 기자 지망생도 안 하고 싶은 날이다.

 지성준 선수도, 언론도, 모두 호되게 욕먹고 죗값 치르면서 정신 차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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