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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an 22. 2019

딸을 원하는 이들에게, "딸은 당신의 도구가 아니에요"

'여아 선호'는 여성 차별의 소멸이 아니라 여성 차별 그 자체다

  지난주 토요일, <전지적 참견 시점>에 별이 나왔다. 별은 셋째를 임신한 상태로, 하하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장면과 하하와 매니저가 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방송에 등장했다. 별의 셋째 임신 소식이 알려지고 난 전후로 하하와 별은 인터뷰나 예능 등에서 딸을 원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다. 특히 하하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 8월 <뭉쳐야 뜬다 2>에 출연했던 하하는 '나도 딸을 갖고 싶은데 아내에게 미안해서 못 낳겠다'라고 말했고 임신 소식이 보도된 후 나온 라디오에서는 '아들이면 내가 죄인, 딸이면 당당할 수 있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딸을 원하는 별과 하하의 모습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온 별과 하하. (출처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캡처)


  그러나 나는 이들의 말이 불편하다. 사실 딸을 원한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의 말이 다 불편하다.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이들이 딸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하하가 라디오에서 한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아들은 나도 그렇고 두 아들도 그렇고 돈만 쓰는 기계다.
하지만 누나를 보면 딸은 정말 효녀다.
엄마와 함께 영화도 보러 다니고 애교도 많더라.
나는 고은이를 외롭게 두고 싶지 않았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하하가 딸을 원하는 이유는 '효녀'를 원해서다. 아들은 부모에게 살갑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즉, 자신을 챙겨주고 돌봐줄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아들이 부모에게 살갑지 않고, 딸은 부모에게 살가운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딸이라고 해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정하고 애교가 많게 태어나겠는가? 물론 그런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이의 성격은 부모에 의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크다. 즉, 딸이 '효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은 부모라는 것이다. 

  아들도 충분히 '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부모들이 그런 역할을 주지 않을 뿐이지. '아들이니까 저래도 돼' 혹은 '아들이니까 이래야 돼'와 같은 역할 부여가 이뤄지는 것이다. 반대로 딸도 '아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살갑지 않을 수, 다정하지 않을 수, '효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딸이기 때문에' 부여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들이 너무 공공연하게 딸을 원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러다 만약에 셋째의 성별이 아들로 밝혀진다면? 이들은 정말 기쁘게, 셋째를 맞이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가 어떤 성별이든, 어떤 외형과 성격을 갖고 있든,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축복받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다시 '여아 선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과거에 비해 여아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 '젊은 세대에서는 남녀 차별적인 시각이 사라졌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과거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여아 낙태가 공공연했던 탓에 성비가 최악이었던 과거와 달리 여아 선호, 임신 32주 전 성별 고지 금지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성비가 '정상적' 수치(103~107가 정상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 수 변화.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2532253)

  그러나 나는 여아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것이 절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 차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여자와 남자의 역할, 딸과 아들의 역할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불편하다. 예쁘고 다정하고 살갑고 애교 많은 여자아이의 그런 모습만 부각해, 혹은 그런 아이만을 섭외해 '딸바보 신화'를 키우는 것 같아서. 과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여자아이가 커가면서 떼를 부리기 시작하자 아이에 대한 비난이 수도 없이 달렸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불편함에 대해 이들이 솔직히 드는 심정을 얘기했다고, 혹은 현실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분리되어있다고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두 가지 비판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하고 싶다. 솔직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고, 파급력이 있는 방송에서 이렇게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리고 '현실'을 근거로 차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멈춘다면 차별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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