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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an 05. 2022

지구를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은하철도의 밤>

잘 해낼 거야, 지금껏 그래 왔듯이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부자(父子)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다. 아버지가 떠나고, 아들이 그리워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은 터지고. 그러나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관객들을 은하철도를 여행하는 기차에 태운다. 기차를 탄 우리에게 펼쳐진 세상은 새로움이라는 별들이 반짝이는 이야기 속이다.


출처 :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계정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에는 조반니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 캄파넬라가 등장한다.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조반니는 호수에 빠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은하철도 999호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그와 함께 탑승한 캄파넬라는 조반니에게 캄파넬라, 캄파넬로, 캄파넬루, 캄파넬리, 캄파넬리우스 등등으로 나타나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우주여행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꽤나 당황스러운 여행이지만 캄파넬라 덕분에 조반니는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출처 :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계정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조반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그를 세상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조반니는 답을 알면서도, 선생님을 향해 번쩍 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반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조반니의 어린 시절 친구 캄파넬라는 아버지가 만들어줬던 상상 속 친구였다. 조반니가 그를 몇 년이 지나 소환한 건, 그만이 그에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을 알려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은하철도를 여행하는 조반니가 아니더라도, 지구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조반니가 매우 특수한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건 이 이유일 것이다.


출처 :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계정


은하철도 999호의 여행을 모두 마치고, 조반니는 지구로 돌아온다. 조반니의 환경은 바뀐 게 없다. 눈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고, 점자책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도 여전히 하고 있고, 당연히 아버지 또한 곁에 없다. 그러나 조반니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다. 아버지를 '상실의 섬'이 아니라 '기억의 섬'에 두었으니까. 다시 말하자면, 조반니의 생각이 바뀌었으니까.

'생각이 바뀌면 행복해진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뻔하디 뻔한 주제다. 뻔한 만큼 와닿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이 이상적인 문장을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게 만들게 하기 위해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관객들을 우주로 초대한다. 그리고 그 여행은, 꽤나 성공적이다.



반짝이는 별을 좋아하세요?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을 칭찬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대와 조명 연출이다. 무대가 정말 아름답다! 별을 좋아한다면, 아니, 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눈에 반할 것만 같은 무대가 존재한다. 그리고 별 조명을 이용한 다양한 조명 연출까지. 무대를 보며 눈 호강하고 싶다면 단언컨대 <은하철도의 밤>이 제격이다.

출처 :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계정
출처 :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 공식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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