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 Jan 07. 2022

의도된 불편함? 연극 <마우스피스>

'옳은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할까

※연극 <마우스피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출처 : 연극열전 공식 트위터 계정

연극 <마우스피스>는 연극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을 이야기하는 연극이, 그들의 인생을 허락도 없이 가져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데클란의 인생을 훔쳐 '옳은' 연극을 만들어낸 리비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 연극을 본 관객으로서 공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관람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연극 <마우스피스>는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의도되었다.

출처 : 연극열전 공식 트위터 계정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데클란의 말을 녹음하는 리비를 보면서 우리는 '의도된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 과연 의도했는지 모를, 또 다른 불편함이 존재한다. 바로 데클란과 리비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들의 관계가 에로스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제는 극 중에서 데클란은 04년생, 즉 19살이고(2022년 기준) 리비는 46살이다. 엄청난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을 이야기가 과연 위에서 말한 이 극의 메시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필요했을까?

출처 : 연극열전 공식 트위터 계정

게다가 리비는 데클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먼저 다가간다. 선물을 주고, 번호를 주고, 미술관에 데려간다. 결국 데클란도 리비에게 특별한 마음이 생기고, 두 사람은 관계를 가질 뻔한다. 이런 모습이 반대 성별로 이뤄졌다고 상상한다면? 바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출처 : 연극열전 공식 트위터 계정

이 극은 '옳은 일'을 위해 연극이라는 장르가 특정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례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느끼도록 관객들을 공연 안으로 끌어들이고 불편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무례함'을 이야기하는 이 연극마저도 무례하지 않나? 사회적 약자 계층 소년에게 불행과 불쌍함, 그리고 순진함이라는 요소를 넣어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그 장치 중 하나는 37살 차이 나는 중년 여성과의 사랑이다. 필자는 이 또한 의도된 불편함이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를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은하철도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