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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an 08. 2022

우리 모두 앤이야, <앤ANNE>

앤 1, 앤 2, 앤 3이 암시하는 것

※ 뮤지컬 <앤ANNE>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뮤지컬 <앤ANNE>를 보고 왔다. 사실 필자는 지금까지 앤 이야기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진 못해왔다. <빨간 머리 앤> 원작도 있고,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도 앤을 다룬 작품이 있지만...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건 필자의 취향 탓도, 앤의 이야기가 처음 만들어진 때에서 시간이 꽤 흘러 나에게 다가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앤ANNE>은 달랐다. 앤의 희망에 대한 막연한 믿음, 그리고 그걸 담아낸 노래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아름다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뮤지컬 <앤ANNE>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넘버다. 물론 넘버들이 지나치게 강강강으로만 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보면서 뮤배들 고음 음역대 소화 테스트 수준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강강강으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 앤ANNE의 밝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가 가지고 있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희망을 찾는 마음.

웬만한 걸로는 마음이 잘 동하지 않는(...) 필자에게도 앤의 목소리는 마음을 울렸다. '저 길 모퉁이 앤' 넘버는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짓게 만들었다.


'저 길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슬픔이 있을 걸 알아요

상상했었죠

그래서 두려웠었죠

하지만 이젠 알아요

살아가려면 저 길 모퉁이를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죠

피할 수 없어요'


'저 길 모퉁이를 돌면

분명 좋은 일 펼쳐질 거라고

이젠 난 믿어요 용기를 내어봐요

저기 모퉁이를 돌아요

당신과 함께 나란히 손 잡고

빛나는 내일을 향해서

반짝이는 우리들의 미래를 향해서'


https://www.youtube.com/watch?v=ymSZYuduTmw

뮤지컬<앤ANNE>의 아름다운 넘버는 여기서 들을 수 있다!

'앤'의 이야기에

더욱 매력을 더하는 '우리'의 이야기


뮤지컬 <앤ANNE>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앤을 3명의 배우가 한다는 것이다. 앤 1, 앤 2, 앤 3으로 캐스팅 보드에서 표현되는데, 이 세 명의 배우가 각자 일정 부분을 맡아 연기를 하고 서로 배턴을 넘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이 극이 왜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극단 걸판의 배우들을 다 써야 해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의 마지막에 가서야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앤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출처 : 극단 걸판 공식 트위터 계정

앤이 살아가는 인생이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앤과 같이 결핍 혹은 슬픔의 요소들이 있다. 또한 그가 집과 학교에서 겪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아주아주 각별한 친구를 두기도 하고, 성장하면서 가까운 사람을 잃기도 한다. 그런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뮤지컬 <앤ANNE>은 앤이라는 역할을 세 명의 배우가 맡도록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오든 간에, 누구든 앤이라는 의미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조금은 뻔해진 앤의 이야기가 뮤지컬 <앤ANNE>에서 더욱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앤의 이야기는 '앤' 한 명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기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배우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과장되어있는 연기 톤이 극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금은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장점이 단점보다 큰, 유쾌하고 즐거운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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