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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an 10. 2022

피드백의 좋은 예, 뮤지컬 <팬레터>

불편함을 없앤 신의 한 수, 그러나...

(※뮤지컬 <팬레터>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뮤지컬 <팬레터>를 보고 왔다. 연극, 뮤지컬을 좋아하는 일을 잠시 멈췄다가 돌아와 보니 어느새 대메이저가 되어있어 필자를 놀라게 했던 <팬레터>. 많은 뮤지컬들의 재밌는 요소들을 다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극이다. 그러나 <팬레터>에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논란이 있었다. 다행히 2021년(-2022년)에 만난 뮤지컬 <팬레터>는 이 부분들이 피드백된 상태로 돌아왔다!


친일 논란을 지운 피드백,

관객을 불편함으로부터 해방시키다


뮤지컬의 서사적인 부분에서 논란이나 아쉬움이 있을 때 이가 피드백되는 경우는 드물다. 뮤지컬 <팬레터>의 경우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했다. 바로 '친일'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 콘텐츠제작사 라이브 LIVE 공식 트위터 계정

뮤지컬 <팬레터>의 주인공 세훈은 경성 상회 아들에다가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세훈의 아버지가 친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심지어 그는 한국어로 된 책을 밟기까지 한다!) 해진 선생님이 떠난 이후에 세훈이 자신의 아버지 옆으로 돌아가 '부'를 누리는 듯한 비주얼로 나오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세훈이 친일에 가담한 상태라고 염두에 돌 수 있는데, 세훈이 자신과 해진 선생님 사이를 방해하는 칠인회 선생님들을 위기로 몰아넣기 위해 경찰에다가 투서를 넣었다는 설정이 나온다.

이런 부분들이 '친일' 설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 <팬레터>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이 이가 그대로 올 경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2021년 <팬레터>는 완벽히(!) 피드백을 해 돌아왔다. 번지르르한 옷을 입던 세훈이는 거적때기를 입고 나오면서, '친일파'로 추정되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칠인회 선생님들을 위기에 빠뜨린 투서도 실제로 던진 게 아니라, 던질 것이라고 신문사에 알려온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완벽히 피드백해 온 경우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정말 드물다. <팬레터>의 생존을 위해서 선택한 것이든, <팬레터>를 향한 우려를 지우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든 잘 된 일이다. 관객들이 세훈이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고 온전히 <팬레터>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출처 : 콘텐츠제작사 라이브 LIVE 공식 트위터 계정

서사적 불편함의 제거, 그러나....


서사적으로 불편한 점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1 팬레터를 마냥 칭찬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무대와 극장의 '크기'때문이다.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과 연강홀에서 이 공연을 봤던 필자는 코엑스 아티움이 매우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연강홀도 개인적으로 크게 느껴졌었는데, 코엑스 아티움으로 팬레터의 무대를 옮기고 나니 매우 휑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또한 필자는 <팬레터>가 '아기자기'한 측면이 있는 극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내용도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야 이해할 수 있도록 겹겹이 쌓여있기도 하다.

이런 특징들에 맞지 않게 너무 지나치게 큰 극장으로 돌아왔다. 1층에 23열까지 있는 이 공연장에서, <팬레터>의 매력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팬레터>라는 극의 수명을 생각했을 때, 피드백을 한 첫 번째 선택은 옳았으나 극장 크기를 키운 두 번째 선택은 틀렸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팬레터>가 더욱 오래 지속되려면, 또 다시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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