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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Feb 17. 2023

불친절한 모험, 뮤지컬 <앨리스>

그럼에도 가치가 있는 극

※글의 특성상 뮤지컬 <앨리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뮤지컬 <앨리스>를 보고 왔다. 이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17살 나영이가 아빠로부터 홀로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뮤지컬은 안타깝게도 내용상 불친절했다.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개연성이 이 작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뮤지컬 <앨리스> 포스터 (출처 : 뮤지컬 <앨리스> Yes24 공식 예매 홈페이지)

 


관객들에겐 불친절한 모험     


나영은 모험에서 낯선 존재들을 만나면서 성장한다. 때로는 그게 사람이기도, 고양이기도 하다. 나영이가 모험을 하게 되는 이유나 모험을 하는 과정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갑자기, 파란 여왕을 만나러 가게 되는 과정이나 만나게 된 후가 어색하다. 파란 여왕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사전에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만나고 난 후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도 나영이 ‘오면서 생각이 났어!’라고 말하면서다.     


이는 사실 굉장히 쉬운 방식이다. 대사 삽입을 통해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 그러나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관련된 내용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모험의 과정을 설명하거나 복선을 제대로 깔아 뒀어야 했다.     


관객에게 불친절한 점은 또 있다. 나영의 모험은 사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므로 현실의 사람들은 현실의 복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후크선장부터는 ‘진짜로’ 후크선장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추측컨대 그렇게 복장을 하는 이유는 나영의 ‘모험’을 더욱 ‘모험’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 뿐이다. 관객들은 경찰이 후크선장처럼 입은 것을, 선생님이 파란 여왕처럼 입은 이유를 그저 납득해야만 한다.     


불친절하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좋았다. 늘 아빠와 함께였지만 이제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나영이 모험을 통해 ‘어른’의 의미를 깨닫고 아빠에게 비밀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는 것까지. 잘 짜인 성장극이었다.     


앞서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고 말한 것처럼 이 극은 슬프다. 아빠가 나영에게 보여주는 부성애가 애틋하고, 나영이 성장하며 아빠에게 보여주는 어른이 된 모습이 기특해서 눈물이 난다. 당시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많은 관객들이 눈물지었다.     


아쉬운 지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극이 될 공연이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오해와 오류 없이 표현하기에 어려운 소재를 무리 없이 잘 표현해 낸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이 초연인 만큼 잘 다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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