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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an 28. 2019

<SKY 캐슬>이 말하지 않은 것

아이의 성공이 엄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사회 

(※ 글의 특성상 <SKY 캐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KY 캐슬> 공식 포스터. (출처 : JTBC 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SKY 캐슬>이 여성 혐오 논란이 있다는 뉴스를 읽었다. 한서진과 김주영,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여사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들이 자식의 성공에 집착하며 사교육에 미쳐있는 모습이 여성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능했다. SKY 캐슬을 보면, 엄마들의 과거 이야기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들이 왜, SKY 캐슬에서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나오는 대사들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SKY캐슬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이들이 그렇게 아이의 성공에 집착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주영은 열등감, 한서진은 시어머니의 압박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윤여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사실 김주영과 한서진도 이 두 가지 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김주영, 한서진 모두 19회에서 열등감과 압박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이므로.

<SKY 캐슬>의 한 장면. 왼쪽부터 한서진 역의 염정아, 김주영 역의 김서형. (출처 : JTBC 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나는 이 두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이 한국 사회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엄마'가 되고 난 후,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가장 주요한 기준으로 '아이의 성공'을 부여받는다. 그렇다면 아이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 하나, 아이가 어떤 학력을 가지게 되느냐다. SKY, 서성한, 중경외시...로 대표되는 이 순서에 맞춰서 아이의 성공이, 그리고 엄마의 가치가 판단된다. 이는 워킹맘이든, 아니면 전업주부든 상관없다.

  엄마가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신의 삶이 가치 있게 평가받으려면 아이가 성공해야 하니,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의 성공=엄마의 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자신의 분신이자 '소유물'로 여겨지게 된다. 이는 김주영의 모습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회, 자신의 딸을 데려가겠다는 남편에게 김주영은 '내 딸'이라며 소리를 지른다.

https://tv.naver.com/v/5178905

<SKY 캐슬>에서 과거 김주영이 자신의 남편과 아이의 공부 문제를 두고 싸우는 장면. (출처 : 네이버 TV)

  더 슬픈 것은 아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것이 엄마를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고 괴로워도 참고 견딘다. <SKY 캐슬>의 예서는 자신의 엄마가 할머니로부터 구박받는 것을 멈추기 위해 서울의대를 가려하고, 김주영의 딸 K는 엄마가 울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부한다.

  물론 한서진, 김주영, 윤여사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노승혜를 비교했을 때 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노승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음에도 아이들의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이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을 선택한 기준이와 서준이에게 화를 내는 남편과 달리 노승혜는 격려하고 칭찬한다. 어린 시절 유학을 가 노승혜의 돌봄에서 멀어진 세리는 어긋나고 말았지만, 노승혜의 이런 교육철학 덕분에 남편의 피라미드 집착에도 불구하고 기준이와 서준이는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SKY 캐슬>에 등장하는 노승혜(윤세아). (출처 : JTBC 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나는 우리가 막연하게 한서진, 김주영, 윤여사에게 '저 사람들이 쓰레기여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악의 근원'이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들이 만약 아이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에 있었다면, 한서진이 예서의 서울의대 입학에, 김주영이 K의 성공에, 강준상의 어머니가 병원장에 집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 가정이라도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스카이 캐슬. 이를 위해 우선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부모들이 맞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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