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더 그렇다. 목소리가 떨리고 더 심하면 손이 떨린다. 손떨림을 들킬까 봐 물컵을 들지 못한 때도 있고, 그래서 억지로 갈증을 참았던 기억도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고 피곤해했던 어릴 적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나 보다.
놀랍게도 정반대의 '나'가 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또는 카메라 앞에서 발표를 한 후 느껴지는 심장의 쿵쾅거림을 살짝 즐기는 편이다. 다중인격인가? 구스타프 융이 세상을 살아가며 얼굴에 쓰는 가면이라고 했던가. 페르소나, 그 페르소나가 멀티로 있는 사람 정도로 해두면 고맙겠다.
극과 극을 달리는 양면적 성격의 원인을 나 스스로 궁금해했었다. 긴장감을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해 냈을 때 느껴지는 대견함이 좋은 걸까, 반대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과 욕심이 너무 커서 긴장감이라는 부작용이 딸려 오는 걸까.
어느 날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재미로 인터넷 MBTI 검사를 해 보았는데, 내가 말로만 듣던 인프제(INFJ)였던 것이다. 나무 위키를 보니 "페르소나를 잘 사용한다." "타고난 사회적 카멜레온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궁금했던 나의 양면성에는 특별한 원인이 있지 않았나 보다. '원래 그런 거'였다.
어쨌든 방향은 정해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심지어 좋아한다는 것은 받아들이자. 심한 긴장감은 많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줄여 나갈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뻔뻔해지는 경향도 분명 있을 것이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아직까지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에게 더 감사해야 한다. 혹시 나의 말을 들어주는 수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산건 아니었나.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나의 말에 충분한 정성을 담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 많다.
결론은 이거다.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야 한다. 영혼 없는 말이 아닌 정성 어린 이야기를 전할 때, 긴장감은 줄고 소통의 행복은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