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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 Feb 21. 2020

폐쇄형 SNS는 성공할 수 있을까

'코쿤'으로 본 싸이월드,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의 흥망성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들 사이에 치인 유저들은 폐쇄적인 소규모 네트워킹을 갈망했다. 싸이월드가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폐쇄성은 싸이월드를 망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카카오스토리, 그러고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한때 가입자가 3천만 명이 넘었던 싸이월드는 폐쇄설이 돌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싸이월드의 도메인은 연장했다지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소규모 네트워킹을 찾고 있다. 전 페이스북 직원들이 만든 앱인 코쿤 Cocoon을 살펴보자. 전 페이스북 직원들이 만든 이 서비스는 '고치'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처럼, 아주 소규모의 그룹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이다. 그룹원들에게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 현 위치, 현 위치의 현지 시간이나 날씨, 오늘 걸음수 등 개인적인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현재 로그인한 사람들과 채팅도 가능하고, 비행기표 등 이동정보와도 연동되어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대화 주제별로 대화가 묶인다는 점은 슬랙 Slack과 유사하고, 위치 공유가 된다는 점은 라이프360 Life360과 유사하다.


코쿤의 인터페이스 (출처 : cocoon.com)


이런 서비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플랫폼 개발자 데이브 모린이 2010년에 출시한 패스 Path는 2015년에 흥미롭게도 카카오에 349억 원에 인수되었다. 인수 당시 패스는 MAU 1천만 명을 찍으며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3대 SNS로 꼽힐 정도였으나, 인수 후 설립된 카카오의 '패스 모바일'은 2016년에 137억 원, 2017년에 25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다.


Path의 인터페이스


코쿤은 폐쇄적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패스와 비교를 받곤 했다. 코쿤의 공동 창업자 알렉스 코넬 Alex Cornell은 친한 친구들과 가족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며 동의했지만, 코쿤은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그룹은 폐쇄적이고, 인당 하나의 그룹에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의미한 차인지는 잘 모르겠다.)



코쿤은 아직 안정된 수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폐쇄형 SNS에 광고가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광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 공간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고 수입이 나기가 더욱 어렵다. 코쿤은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광고를 노출하는 대신, 구독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슬랙이나 라이프360과 유사한 모델이다. 최근 3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코쿤은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기존의 앱들과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쓸 의사도 없다. 구독 모델은 정말 쉽다. 구상하기도 쉽고, 이해도 간편하다. 광고처럼 수수료를 내면서 중개할 필요 없이 바로 통장에 꽂힌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구독 모델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폐쇄형 SNS은 이제 끝인 것일까? 나는 네이버 밴드를 성공사례로 주목하고 싶다. '아저씨 앱' 취급받던 밴드는 색다른 기능을 찾았다. 네이버 밴드는 2019년 12월 모바일 순이용자 기준 1948만 명을 기록했다. 단일 서비스로는 국내 SNS 시장 1위인 셈이다. 2위인 인스타그램(1523만 명), 3위인 페이스북(1388만 명)과도 격차가 크다. 지난 5월(1822만 명)에 비해 7개월 만에 126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출처 : 닐슨코리아, 매일경제


밴드가 인기를 끈 이유는 '인증 밴드' 프로젝트의 성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가 지난 7월에 한 달가량 실시했던 '작심삼일 탈출 프로젝트: 30일 동안 밴드로 목표 달성하기'에는 약 27,000명이 참가했다. 카카오 오픈채팅방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목표 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인증하는 것이다. 6시간 공부, 새벽 기상 등의 목표를 이어가기 위한 자극을 만들고, 서로를 응원하며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간다. 밴드는 멤버들을 독려한 리더나 성실하게 미션을 인증한 멤버들에게 네이버페이 지원금을 지원하며 이를 독려했다.



독특한 사용 행태도 인상적이지만, 내가 네이버 밴드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친 이유는 사용자들의 연령이 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밴드 이용자의 연령별 비중은 10~30대가 35%, 40·50대가 54%, 60대 이상이 11%라고 한다. 목표 달성 밴드 참가자만 볼 경우 이용자의 47%가 10~30대이다. 카카오스토리가 '부모님들의 SNS' 취급받는 것과 비교된다. 


그 비결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2030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업글인간'이라고 명명한 사람들이다. 네이버 밴드는 더 발전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여  젊은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사람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건 카카오톡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밴드는 사적인 목적보다는 공공의 목표를 가진 그룹, 동호회에서의 사용성에 주목했고,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모든 서비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과 월간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이다. 둘 중 하나를 먼저 꼽자면 당연히 MAU 확보가 가장 앞서야 한다. 다른 앱들 역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간단한 경쟁력보다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람들은 계속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원하지만 동시에 정말 친한 사람들에만 기대고 숨고 싶어 한다. 그러니 폐쇄형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공략하고 파고드는 것은 개별 앱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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