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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May 03. 2023

5월 숲은 애벌레 천국

자연이 주는 놀이 선물

"엄마, 이제 숲에 애벌레들 많아졌어."

"그래? 그럼 우리 날씨도 좋은데 산에 가서 애벌레 한번 찾아볼까?"

"응응, 좋아 좋아 좋아."


본격적으로 연둣빛으로 물드는 5월의 숲은 자고로 애벌레의 세상이다. 아직은 연한 연둣빛 나뭇잎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연한 잎을 먹는 애벌레들이 많다. 날씨 좋은 주말 우리 가족은 숲유치원 다니는 숲대장 아들을 필두로 하여 동네 뒷산과 옆동네 앞동네 뒷동네 친구산들을 자주 오른다.


5월 숲이 애벌레 천국이라는 것 역시 아들이 다니는 숲유치원 선생님들이 올려주시는 글과 사진을 보고 배운 것이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을 통해 엄마 아빠도 많이 배우며 노는 중이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 집 근처 천왕산을 올랐다. 얼마 전 아들이 유치원 소풍을 다녀온 곳이라 자신 있게 대장님을 자처하며 엄마 아빠를 안내했다. 우린 재미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애벌레를 찾는 탐험을 시작했다. 아들은 탐험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과 재미, 호기심을 모두 누릴 준비가 된 사람처럼 늘 탐험, 모험을 떠나자는 말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애벌레를 찾으려니 당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들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애벌레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만 꼭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우리 세 사람은 열심히 산을 비집고 다니며 애벌레 찾기에 몰두했다.


"근데 애벌레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엄마 눈엔 하나도 보이질 않아!"

"안 되겠다! 우리 애벌레들이 있는 단서를 좀 알아야 할 것 같아."


부랴부랴 선생님이 써주신 글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몇 가지 애벌레가 있는 단서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나뭇잎 근처 까만 작은 똥이 있을 수 있고, 나뭇잎 갉아먹은 흔적이 있으며, 보호색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을 수 있대."


이제 우린 탐정이 되어 얻은 단서를 기반으로 더욱 열심히 애벌레를 찾아다녔다. 역시 '똥'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바로 눈앞에서 까맣고 약 2mm 지름의 똥이 쑥 나오는 것 아닌가! 나뭇잎 색깔을 하며 위장하고 있었는데 똥을 싸는 바람에 나에게 들킨 것이다.


"우와, 이것 봐! 엄마 애벌레 찾았어! 똥도 쌌어! 웬일이야! ㅋㅋ"


39년 만에 애벌레 똥을 처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보물찾기 놀이하다 보물을 찾은 것 마냥 신이 나서 아들을 계속 불러재꼈다. 아들은 요새 자주 유치원에서 봐서 그런지 덤덤하게 애벌레와 똥을 확인한 후 다시 탐험길을 앞장섰다.


한번 애벌레가 보이기 시작하니, 연달아서 3마리 정도를 더 찾을 수 있었다. 애벌레마다 색깔과 크기, 종류가 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바로 '생존능력'이다. 아직 봄이지만 바람이 아주 세게 불었다. 우리도 옷을 다시 여미며 바람의 힘을 느끼며 주춤하고 있는데 이 작은 애벌레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그 힘센 바람을 맞고 있었다.


몸을 90도로 꺾으며 춤추며 요가하듯, 봉 잡고 한일(一) 자로 묘기하듯 기상천외하게 생존하고 있었다. 발에 있는 강력한 빨판 덕분에 이런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 작고 눈에 띄지 않지만 나만의 무기를 장착해서 세상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5월 숲은 애벌레 천국이라지만, 정말 자세히 들여다봐야 눈에 보일까 말까 한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훌륭한 위장술을 익히며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나무색으로 보호색을 입고 위장한 애벌레들, 나뭇가지 색으로 보호하여 나뭇가지인 척하는 애벌레들은 분명 내 눈에 띄지 않았다.


나도 이런 위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끄럽거나 창피하거나 무섭거나 두렵거나 불안한 상황마다 위장술을 발휘해서 내가 아니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인척 하고 싶을 때 써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엄마, 우리 다음에 투투 또 만날 수 있을까?"

"음... 글쎄;;; 다음에 오면 이름 한번 크게 불러서 찾아보지 뭐!"


이날 우리는 총 5마리의 애벌레와 숨바꼭질 놀이도 하고, 아이와 같이 애벌레들 이름도 지어주고 그 이름을 부르며 함께 숲을 거닐다가 안전한 곳에 놓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은 5월 인연이 된다면 숲에서 또 만나자!ㅋㅋ

이 좋은 계절 자연이 주는 놀이선물을 마음껏 누려야지!   


다양한 애벌레들_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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