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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May 09. 2023

스파이더맨처럼 근육이 있으면 좋겠어!

육아에세이 │몸 근육 대신 '마음근육' 키우기

우리의 친절한 친구 스파이더맨은 아들의 꿈이다. 유치원 친구 영향으로 스파이더맨에 푹 빠진 아들은 언젠가부터 장래희망이 '스파이더맨'이 되었다. 4살 때는 소방차가 꿈이었는데, 그래도 차에서 사람으로 바뀌었구나! 기특해라 ㅎㅎ


"엄마, 나 강준이처럼 스파이더맨 옷 사고 싶어!"

"엄마가 사줄 수는 있는데, 지금 당장은 안돼!"

"왜?"

"얼마 전에 장난감 하나 샀잖아! 다른 것 또 사려면 좀 시간이 지나야지."

"그래두! 그래두!"


물욕이 자꾸만 늘어나는 아들이다. 친구가 갖고 있으면 내 집에도 있으면 좋겠고, 친구가 하는 것은 다 좋아 보이고 하는 나인가 보다. 아이들 장난감의 사용 유효기간이 1달만 온전히 돼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좀 생길 것 같은데 이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


우리 집은 아들 장난감을 그리 자주 사주지는 않는다. 작년 10월 유치원 상담 때 "어머니, 평소에도 장난감 좀 사주세요.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이런 날만 장난감 주는 것은 애들한테 너무 가혹해요"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큰맘 먹고 스파이더맨 코스튬을 사주었다. 아이들 물건, 장난감은 중고가 제격이므로 이번에도 당군에서 구입을 했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원하면 당장 사주는 엄마가 되기 싫었던 모양이다. 원하는 것을 사주긴 사주되 기다리는 시간을 좀 갖게 하고 싶었다. 기다림의 미학을 거들먹거리며 그냥 얼마 전 장난감은 쳐다도 안 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아들에게 심통 부리는 엄마는 아닌가 모르겠다.


"엄마가 스파이더맨 옷 샀어!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미국에 살거든, 그래서 미국에서 물건을 구매해서 오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린대!"

"그래? 근데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사?, 우린 미국에 없는데"

"핸드폰으로 인터넷이란 걸로 살 수가 있어"

"그럼 금방 오겠네"

"아니야, 최소 10 밤은 자야 올 수 있대."

"안~~~~~~~~돼"


당근으로 후다닥 구매를 마치고 수납공간도 그리 많지 않은 우리 집이건만, 그래도 꽁꽁 잘 숨겨놓았다. 아들은 하루하루를 손꼽으면서 갖고 싶은 것을 갖게 되는 강제적 설렘을 맛보게 되었다. 마침내 D-Day가 된 날 새벽에 배송이 왔다면서 얼렁뚱땅 포장을 뜯어서 제품만 짜잔 하고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너무나 좋아한다. 한동안을 깔깔대며 웃고 스파이더맨으로 빙의해서 집에서 온갖 악당들을 물리치며 진심을 다해 놀이를 했다. 외출복이 될 만큼 외출할 때나 집에서나 언제나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다녔다. 이 스파이더맨 코스튬은 덩치가 커 보이도록 하기 위해 울끈불끈 근육 솜이 붙어있다.


어느 날, 아들이 꽤나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나도 스파이더맨처럼 근육이 있으면 좋겠어."

"음... 열심히 밥 먹고 운동하면 근육이 생긴대."

"진짜? 아빠도 근육이 있어?

"음... 잘 찾아보면 있을 거야."


아주 가볍게 받아주는 대화를 했지만 아들은 결코 가볍게 듣지 않았다. 콩을 안 먹던 애가 콩도 집어먹어보고, 아빠 따라서 팔 굽혀 펴기를 한다고 엎드려서 덜덜 떨며 운동도 하고, 뭘 할 때면 늘 "엄마, 이렇게 하면 근육 생겨?"라고 말하면서 진짜 근육을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엄마 말 다른 말들을 이렇게 찰떡같이 잘 들어주면 좋겠다! 아들의 장점 중 하나는 본인이 원하는 것에 대한 대답은 아주 잘 이행한다는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스스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니 내가 보기에도 좀 안쓰러웠다. 저렇게 한다한들 근육이 생길 리 없을 텐데... 스스로 쿨하게 미련을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최근 내가 보는 책『내면소통』에서 힌트를 얻어 아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로 해본다.


『내면소통』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벽돌책이지만,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비교적 간단하고 심플하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마음다스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며, 이를 통해 호흡과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해보라는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조금 들여다보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교육은 인지적 교육과 비인지적 교육이 있다.  먼저, 인지적 교육은 지식, 학습, 사고력, 이해력, 문제해결력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성장과정에서 유치원, 학교, 학원, 과외 등 다양한 기관이나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그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지적 능력으로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공부를 잘하고 혹은 사회에 나가서 일을 잘하고 자기 인생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인지적 능력뿐 아니라 '비인지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인지 역량'은 어떤 기관에서도 알려주거나 가르쳐주지 않는다. 비인지 역량은 이런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좋아서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서서 훌훌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고 도전하는 능력, 자기 조절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무탈하게 잘 지내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자기 동기력이 강한 마인드 등을 의미한다. 즉 강한멘탈을 의미하며 이러한 비인지 역량이 바로 '마음근력' 뜻한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야지만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 책은 나를 위해 보기 시작한 책인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역할에 대해서도 자꾸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흔히 말하는 "넌 머리는 좋은데 왜 노력을 안 하니?."라는 말도 사실은 잘 못된 것이라고 한다. '노력'이라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한다.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하고자 하는 일과 일상생활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마음근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마음근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자 들기'로 비유를 하자면, 의자를 들기위한 자세부터 각도, 위치, 필요한 도구 등 각종 지식과 기술들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우지만 정작 아이들은 의자를 들 수 있는 팔의 힘을 키우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들은 상당히 많은 시간동안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마음근력'을 키워야하며, 마음근력을 키우기 위한 내면소통 방법 중 가장 효과있는 것은 "명상"이라 일러주고 있다.


몸의 근육을 키우고 싶어 하는 6살 아들에게 아직은 100% 다 이해는 못할 수는 있어도 마음근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스파이더맨처럼 빵빵한 근육을 만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줘 보기로했다.


"아들아, 지금은 네가 열심히 노력해도 아직은 몸의 근육들은 생기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 왜냐하면 너는 6살이라 아직 성장해야 하는 어린이이고, 잘 먹고 운동하는 것이 모두 살과 뼈로 가야 하거든."

"........"

"음, 그러니까 말이야, 지금은 키도 크고 살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근육까지 만들어지기가 어렵다는 말이야. 근데 나중에 동현이 형아처럼 중학생 되고 키가 커지고 덩치도 커지면 그땐 근육 만들기 다시 도전해 봐도 될 거야. 그땐 네가 노력한 만큼 근육도 생길 수 있을 거야"

"........"

"근데 다른 근육은 지금도 키울 수 있다?"

"그게 뭔데?"

"그게 뭐냐면 바로바로 '마음근육'이라는 건데, 왼쪽 가슴 심장 안쪽에 생기는 근육 같은 거야. 근데 이건 엄마가 보기에 넌 이미 좀 짱짱하게 생겨있어.

"그래? 정말?"

"응! 넌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도 크게 울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나서 또 바로 자전거 잘 타잖아, 그리고 유치원에서도 친구가 툭툭 치거나 밀거나 네 책을 친구가 울타리 밖으로 던져도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금방 마음이 괜찮아졌잖아,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놀이를 찾으려고 노력하잖아!"

"그런 거라면 바로 나지(자신감 뿜뿜)"

"거봐, 너는 마음근육이 이미 있는거야. 마음에 근육이 있어야지 이렇게 할수 있는거거든! 우리 계속 몸근육 생기기 전까지 마음근육 잘 키워나가 보자!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엄마는 '마음근육'이 별로 없거든. 그래서 지금 열심히 키우고 있는 중이야. 네가 좀 도와줘"

"알겠어, 엄마!"


가슴 안쪽 근육이라니... 내가 말하고도 어설프고 웃겨서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아이 눈높이로 이야기해서 설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몸근육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 정도는 달래준 것 같다.  


스파이더맨 근육 덕분에 아이의 마음근력을 생각하게된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근력 키우기 위한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6살 아들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 결과 3가지 정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고, 같이 해보는 중이다.


첫 번째는 호흡이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담당하는 부분은 호흡, 심장박동, 수면, 소화, 장기의 움직임 등이 있지만, 그중 의도적으로 개입해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바로 호흡이다.


우리의 스트레스는 뇌의 편도체(아몬드 모양)와 연관이 많은데, 이러한 스트레스적인 상황에서 호흡만 몇 차례 잘해줘도 활성화된 편도체가 안정되면서 흥분되었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수 있다. 들숨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심장이 조금 빨라질 수 있지만 날숨은 미주신경을 자극하면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날숨을 조금 더 길게 하면 호흡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순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아들이 화가 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일단 양손목을 살짝 붙들고 "엄마 봐봐, 크게 들이마신 뒤에 '후'하면서 길게 뱉어보자, 딱 3번만 해보자." 하면서 호흡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한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아이의 스트레스 게이지를 10에서 6 정도로 다운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건 육아하는 나에게도 매우 효과가 좋음을 느끼고 있다. 화나는 상황에서 아주 찰나에 뒤돌아 눈을 감고 호흡을 2번 정도만 해도 욱하는 마음이 조금은 내려가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명상이다. 6살 아이에게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라는 것은 아이가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밝은 기운과 긍정적인 언어로 아이와 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화도 명상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모든 세계이다. 언어 그 사람을 규정짓고 그 사람의 무의식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긍정적인 언어는 마음근력 키우는데 너무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아, 유치원에서 1분 정도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서 눈감고 명상을 한다고 들었다. 숲에서 마구 뛰어놀며 분비된 아드레날린을 좀 안정시켜 집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1분이지만 유치원에서 매일 명상을 하는 것마음근력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차 마시기이다. 몸에 좋은 차를 천천히 마시며 음미하는 것도 일종의 명상이다. 음식명상, 운동명상 등이 있듯이 차 마시는 행위에 집중하며 내 몸에 집중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아이와 중국차(흑차, 백차, 홍차 등)를 한잔씩 마시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차마시기도 아이 유치원에서 명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아들 유치원 보내면서 엄마가 배우는 게 참 많다.


아들아, 지금은 몸 근육 말고 '마음근육' 많이 많이 만들어 놓자! 언젠가는 몸과 마음 근육이 짱짱한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호호호~


내 꿈은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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