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책 읽으셨나요?
오늘 소개할 책은 『절창』입니다.
영화 <파과>의 원작 소설 작가로 유명한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에요!
➰ 절창 ㅣ구병모 ㅣ문학동네
상처에 손을 대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녀, '아가씨'.
그 신비로운 능력을 알아채고
곁에 두며 이용하려는 남자, '문오언'.
두 사람 집에 아가씨의 독서 교육을 맡은
입주 교사가 들어오며 시작되는 이야기.
오언은 분명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인물이다.
악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아가씨의 능력을 잔혹하게 이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누구보다 안전하게 보호하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기도 하다.
남자로서도, 보스로서도.
❝내용은 줄줄 읊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읽어.❞
그녀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내며
심장을 후벼 파는 듯 내뱉는 오언의 말.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 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은 읽지 않겠다고 외치는 아가씨.
이 소설은 로맨스인가.
미스터리 스릴러인가.
아니면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가장한 그 무엇인가.
읽는 내내 오묘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독 하게 만드는 이야기.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최근 읽은 소설 가운데 많은 생각을 던져준 측면에서
단연 최고였다.
✍️ 책토리의 +감상+ 더하기
이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소설에서 이야기하려는 건 대체 무엇일까.
이 책은 로맨스 장르로만 보기엔 좀 부족하다.
작가는 문학 텍스트를 '읽는 것'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독서 교사 캐릭터를 통해, 마치 강의하듯 '읽기'에 관해
진중하게 털어놓는 대목에서 그 힌트를 얻어본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p205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지만,
셰익스피어 문학에 정통한 오언이란 인물을 통해
“독서가 사람을 자동으로 더 괜찮게 만든다”는
착각을 버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책은 마법처럼 인간을 순화시키지 않는다.
그저 무용한 대로 계속 읽어나가는 일이 있을 뿐.
독서 교사는 “사람 읽기와 책 읽기는 모두 텍스트를 다룬다”라고 말한다.
타인의 마음을 읽으려는 우리의 시도는, 어쩌면 독서와 닮았다.
문학을 읽을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우리는 끊임없이 해석하고 빗나간다.
❝읽는다는 것은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p15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100% 정확함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고 가만히 책 표지를 보니
처음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결국 아주 일부분만 선명히 보일 뿐,
대부분은 안개처럼 흐릿하고
쉽게 알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일러주는 듯했다.
그러니 이 글 또한 나만의 해석,
어쩌면 수많은 오독에 불과하겠지.
오독이면 어떠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주절대는 바로 그 시간이 나의 큰 기쁨이니까.
소설이 말하는 ‘독서의 무용한 과잉’에 대해서
기꺼이 더 진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ㅡ책 속 사유문장ㅡ
■ P15
어쨌든 이 일의 처음은 '읽는' 데에서 비롯했기에,
나는 그 행위의 목적어가 어떤 사태와 사람에 닿아 있다 할지라도,
본질적인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는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 P89
그러니까 속속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천편일률로 적용해야만 시스템이 그럭저럭 작동하는,
동일한 규칙에 대한 환멸과 탈출에의 욕망이 유년기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어.
■ P167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인지, 인간은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과 강박의 소산 아닐까요.
독서를 통해 필히 영양가로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의 효능감을 얻어야 한다는 학생 보호자들의 믿음이었습니다.
그 같은 사고는 무용한 과잉에 대한 나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 186
어쩌면 타인을 읽어내는 행위는 세상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존재해 왔을 때부터 생래적인 능력인 거 아닐까, 나는 그게 조금 더 예민하게, 그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발달했을 뿐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 P204
책을 읽고 감명은 감명대로 받고 그것을 순간의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자 진실이며, 책을 덮은 뒤돌아서서 이루어지는 방화 약탈 폭행은 별개인데 말입니다.
■ P205
보통은 책을 읽고 난 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일어나기 쉬운 일입니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 P300
책 속에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복잡하며 해결 불가능한 문제와 총체적인 모순으로 빚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 P301
지금 이 소설 속의 못난이나 미친놈들을 마음 다해 사랑해 주라는 것도, 공감하거나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야. 무언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 P344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