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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23. 2023

아들의 걱정

유치원 다니는 아들은 요새 엄마를 따라 새벽기상에 참여하려는지 오늘도 6시 반도 안되어 일어났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장수풍뎅이 사육장도 살펴봐주고 할 거 다 해도 시간이 남으니 아침시간이 참으로 길다 ;; 머리가 맑은 아침시간에 6살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나 보다.


"엄마, 나 유치원 가면 신데렐라 이야기 들으면서 나 기다리고 있어."

"아~~ 그럴까?" 

"아니면, 사슴벌레 그림을 그려봐, 그려서 식탁에 올려놔봐. 내가 이따 와서 볼게."

"근데 사슴벌레 그림은 왜?"

"나 없어서 엄마 심심할 수 있잖아!! 엄마, 2장 그려도 돼!!"




등원장소에서 차량을 기다리며 해주는 우리만의 의식이 있다. 유치원에서 매일 아침 하는 '축복 둥그레'라는 노래를 불러준다. 내가 아들에게 해줄 때도 있고, 아들이 나한테 해줄 때도 있고, 둘이 서로 다 해줄 때도 있다. 정수리부터 발목까지 손바닥으로 쓸어주며 하는데 길바닥에서 그러고 있으면 행인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별처럼 맑게, 꽃처럼 아름답게, 해처럼 빛나게 그렇게 되게 하소서'


맑고 아름답게 그리고 빛나는 서로의 하루를 위한 다짐이자 응원이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투명 축복가루를 머리 위에 뿌려준다. 한 때는 용기가루라 명하고 열심히 뿌려주었는데,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 축복가루라 이름을 바꾸었다. 이렇게 의식을 마치고 차를 기다릴 때면 종종 아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곤 한다. 


"엄마, 내가 엄마 몸에 자판기를 만들어줄게."

"무슨 자판기??"

"(내 심장 근처에 손을 올리고) 여기에 나를 넣어줄 테니까 나 보고 싶으면 글자 버튼 눌러, 그럼 내가 엄마 배꼽으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올 거야. 아! 아빠도 넣어줄게, 그리고 하트도 같이 넣어줄게, 하트는 몇 개 줄까?"

"10개만 줘."

"응 알겠어, 나 보고 싶으면 글자 꼭 눌러."


그러고서 차량이 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차를 타고 가는 아들이다. 




하원하면 특별히 하는 것이 없는 아들은 빈둥빈둥 집에서 놀고 좋아하는 영상 1시간 보고 또 빈둥빈둥 논다. 빈둥대는 시간에 나랑 뒹굴거리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루틴이 있다. 


"사랑해 아들~"

"나도 사랑해 엄마."

"근데 엄마가 너를 더 사랑해.우주만큼 사랑해!"

"아니야, 내가 더 사랑해, 끝도 없이 사랑해, 아니 아니 우주의 먼지만큼 사랑해, 아니 아니 억만큼 사랑해(큰 숫자 말할 때 무조건 나오는 단위)."


이렇게 유치하게 서로의 사랑을 으스대며 대결을 한다. 마치 내 사랑의 크기가 상대방보다 부족하면 더 큰 사랑을 받지 못할 사람처럼. 




우리 엄마는 가끔 이런 말을 하신다. 

"애들은 10살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 하는 거야."

이제 4년 남은 것인가, 아~ 하루도 빼먹지 말고 사랑표현 해주고 나도 아들의 사랑 많이 받아먹어야겠다. 


등원하고 바라본 어제의 푸른 하늘_내 마음도 생글생글 푸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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