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는 내 친구!
봄에 영종도 씨사이드파크(sea side park)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이와 짝꿍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인라인을 타며 공원 한쪽 끝에서 반대방향을 향해 신나게 달리며 따로 또 같이 운동을 즐겼다. 중간 포토존 같은 곳은 내려서 주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사랑스러운 날씨를 만끽했다.
그러다 잠시 쉬면서 바다를 구경하며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큰 돌들이 방파제처럼 쌓여있었고, 그 한가운데 어른의 두 팔 가득 찰 정도의 지름과 성인남자 키 정도의 '통나무'가 널브러져 있었다.
"써니야~ 바다 봐봐. 근데 바닥 돌 있는 곳에 큰 통나무가 한 개 있어"
"우와 진짜네, 근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엄마?"
"음 글쎄... 어디에서 떠내려 온 걸까? 아니면 누가 여기다 던져놓은 걸까?"
"(한참 생각 후 당당한 표정으로) 아닌 것 같아, 내가 보기엔 여기가 원래 숲이었던 거야. 근데 바다가 생기면서 다른 나무들은 다 떠내려가고 얘만 남은 거야. 혼자 남은 거지."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원래 숲이었다며 통나무는 그 옛날 유일한 생존자라는 아이의 생각을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의 의견도 모두 옳다. 아이 눈으로 보는 세상 모습은 어른인 내가 보는 것과 다르구나.
바다가 숲도 될 수 있는 아득한 세상 이야기는 내 아이의 머리와 마음속에 있었다.
우리 집은 나름 숲세권이다. 바로 뒤에 산이 있고, 차로 15분 거리에 수목원도 있다. 상황극을 좋아하는 아들 써니는 수목원에서도 신나게 놀이를 펼쳐나갔다. 땅에 떨어진 열매와 솔잎을 잔뜩 주워온 써니가 말했다.
"엄마, 수목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내가 열매랑 솔잎으로 길을 만들어 줄 거야."
"열매 냄새를 맡아서 땅으로 내려오면 그다음에는 솔잎을 따라서 가면 되도록 말이야."
"그래? 그럼 열매들이 좀 더 많아야 열매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좋겠다, 엄마."
동물들 탈출에 주요한 임무를 수행 중인 써니는 진지하다 못해 길바닥에서 몰입을 한다. 바닥에 떨어진 아직 덜 여물어 보이는 딱딱한 열매들을 한 아름 주워왔다. 다행히 평일이라 한적한 분위기였고, 지나가는 행인이 거의 없었기에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떨어진 열매와 솔잎들을 가지고 한참을 놀다가 돌아왔다.
자유롭게 상상하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특권인 것 같다. 나도 어릴 땐 자유롭게 생각했었겠지? 근데 지금은 왜 이리 틀에 박혀있는 건지... 부디 이 특권을 오래 누리길 바란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보편적이고 익숙한 생각을 전하기보다 아이에게 질문을 하며 함께 상상 속으로 빠져들어가길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