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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20. 2023

외동아이 과잉보호 경계 프로젝트(끝)

스스로 옷 입고 벗기 & 프로젝트 결산

양치나 식사는 혼자 절대로 안 하겠다고 하면 생략하기도 했다. 배고픔과 충치라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를 몸소 체험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옷 입는 것은 외출할 때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습관 들이는데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등원 시 혹은 외출할 때 옷 입자고 하면 그렇게 오래 걸렸다. 안 입겠다고 하여 매번 내가 입혀주자니 프로젝트 진행자로서 자질을 상실하는 것 같아 여유 있게 외출준비를 하는데도 매번 쉽지가 않았다. 옷 입기로 실랑이를 매일 하던 중, 좀 지쳐서 침대에 걸쳐 옷을 들고 앉아서 멍 때리던 중 아이가 먼저 말한다.


"이제 옷 줘봐 엄마, 입을게"

"응??"


'뭐지! 그렇게 입으라고 입 아프게 말할 때는 귀를 닫더니, 무슨 일이니?'라고 생각하면서 아이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또다시 깨달음의 파도가 밀려왔다. '아~ 너도 내적갈등을 하는구나. 머리로는 왜 지금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겠는데, 몸은 하기가 싫은 거야. 그냥 무작정 안하무인으로 옷 안 입겠다고 떼 부리는 건 아니었던 거야, 맞지?'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내적갈등을 할 시간을 반드시 주었다. 이게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옷입자는 나의 말은 단 한 번으로 그쳐질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옷 입을 시간이야, 옷 입어보자"

"싫어..."

"아, 머릿속의 천사와 마음속의 악마가 또 싸우고 있나 보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착한 천사는 지금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거든 그래서 옷을 입으라고 너한테 이야기하는데, 마음속에 숨어있던 악마가 나타나서 너한테 옷을 입지 말라고 속삭이고 있는 거야 지금."

"아 그런 거야?"


상황극 좋아하는 내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다음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이도 나름 납득을 하며 약간의 갈등시간을 거쳐 스스로 옷 입기를 해내곤 했다. 이런 과정을 한동안 거치고 나니 갈등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덕분에 스스로 옷 입고 벗기가 아주 수월해졌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좀 수월해지니 하나 더 추가를 했다.


"바구니에 벗은 옷 넣어주는 것까지 부탁할게 아들아~"



나름 1년의 시간을 갖고 아이 스스로 하기 습관 들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이를 결산을 해본다.


아이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믿기



양치와 세수하기, 먹기, 옷 입고 벗기를 혼자 잘 해내는 경험을 해나면서 뭔가 생활력에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음식 할 때면 어느샌가 옆에 와서 혼자 해보겠고 하는 것들이 날로 늘어갔다. 처음에는 콩나물, 시금치 씻기와 같은 단순 노동부터 당근 자르기, 계란물 만들기, 오징어 세척하기, 밀가루 반죽하기, 닭껍질 벗기기, 동그랑땡 빚기 등 약간의 기술을 요하는 범위가 늘어났다.


얼마 전에는 감자칼로 감자를 깎겠다고 해서 이건 엄마가 같이 해주겠다고 했지만 기어코 혼자 해보겠다고 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보는 내가 아슬아슬하여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했지만 제법 안전하게 감자를 야무지게 깎았다. 무엇보다 안전한 것이 중요하니까 안전한 칼 사용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에 맞게 생활 속에서 자기 효능감을 충분히 느끼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게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어른들 생각보다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 '아이니까 당연히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의 과한 판단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이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고 온전히 믿으면서 함께 습관을 잡아갔다.



어머! 혼자 양말 신었네, 너무 축하해



스스로 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나는 구체적인 말과 함께 축하를 해주었다. 혼자 하는 행동이 결코 귀찮고 싫은 것이 아닌 칭찬과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도록 해주고 싶었다.


"양말을 왼발 오른발 다 혼자 신었네, 축하해"

"칫솔질하고 컵에 물 따라서 혼자 헹구기까지 했구나, 축하해"

"알아서 러닝셔츠 꺼내 입고 티셔츠까지 잘 입을 수 있게 됐구나, 축하해"


이렇게 매일 작은 행동에서 축하를 받던 아이는 6살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양치해야 할 시간에 제 발로 들어가서 온전히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나오기도 한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도 혼자 감고 샤워도 싹 하고 나온다. (물론 샤워는 고양이 샤워겠지만) 응가하고 비데를 이용해서 뒤처리까지 하고 나와서 손 갈 일이 정말 많이 줄었다.


5살아이의 뒤치닥노동의 정도는 6살 되면서 상당히 경감되었다. 스스로 해내는 행동에 아이는 뿌듯하고, 나는 일이 많이 줄어 편안하다. 이런 것을 두고 꿩 먹고 알 먹고라 하던가.  


공들여 습관들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6살 후반기 인생부터는 유치원 가방 준비도 스스로 하게 할 예정이다. 하나씩 늘려가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고 싶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 좋을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외동아이여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지만 나는 아이가 혼자여서 좋은 점만을 생각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단, 지금처럼 과잉육아를 경계하면서 말이다.


"너의 인생은 스스로 생활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야! 앞으로도 너의 스스로 하기 생활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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