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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16. 2023

외동아이 과잉보호 경계 프로젝트(2)

스스로 양치 & 세수하기 

아이 스스로 양치와 세수하기 습관을 들이면서도 역시나 수행자의 마음이 간절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나름 공들였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느낀 점들을 회상해 본다. 


'스스로'의 기준점 낮추기 


우선, 프로젝트 진행자로서 나도 아이도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진행하려면 목표 기준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즉, 아이 스스로 하는 행동의 기준점을 낮추었다. 아이 혼자 제때에 제 발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를 깨끗이 하고 말끔하게 세수하고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렇게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기준점을 이렇게 낮추었다. 아이가 제 발로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는 것까지만 해도 스스로 하기 성공. 또 화장실까지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갔지만, 혼자 칫솔을 잡고 칫솔질을 하기만 해도 스스로 하기 성공. 비록 엄마 손에 이끌려 와서 칫솔질도 도와주었지만 마지막 헹구는 것은 혼자 했다면 그것 역시 스스로 하기 성공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혼자서 하는 행위가 1개라도 있다면 그건 그날의 스스로 하기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칭찬해 주었다.   


충치 VS 스스로 하는 습관

갈등의 연속  


아이의 구강구조는 빈틈이 없는 치열로 되어있어 치실은 필수다. 양치질도 최대한 꼼꼼히 해야 하는데 아이 스스로 칫솔질을 하게 놔 두고 맡겨버리면 충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충치가 조금 생기더라도 스스로 하는 습관에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양치만큼은 계속 내가 해주어야 할 것인가 내적갈등을 꽤 오래 한 것 같다. 


내 친구의 경우 큰애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도 본인이 직접 꼼꼼하게 양치질을 해준다고 했다. 덕분에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를 듣고 내 아이를 너무 충치에 방치하는 것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 나는 아이의 스스로 습관을 더욱 중요시 여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충치 생기는 것 또한 습관을 잡아나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 치아검진을 가거나 치료를 하고 오면 아이가 양치를 더욱 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은영 박사가 자주 언급하는 '아이의 꼴을 견뎌라'라고 하는 것이 이런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 아이는 유전적으로 치아가 약한 편이고 충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치열이다.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꼼꼼히 열심히 닦아줘도 충치가 생길 것이 뻔한데 충치가 생기면, 아이입장에서는 나중에 칫솔질을 해준 엄마 탓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오 마이 갓, 이것은 최악이다. 어떤 상황이든지 충치가 생길 것이라면 나는 스스로 하는 습관을 더욱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름의 절충안도 생각했다. 양치 후 어른이 치실은 꼭 해주는 것. 혼자 칫솔질을 한 탓에 누렇게 되는 치아는 음파전동칫솔을 활용해서 구석구석 잘 닦이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누런 이가 음파전동 칫솔 한 번으로 하얗게 변하는 신세계를 맛보았다.) 그리고 알아야 잘 닦을 수 있지 않겠는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모델링을 해주었다. 


고양이 세수도 오케이


혼자 세수를 시켜보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컸다. '나도 어릴 적엔 이렇게 손가락으로 이렇게 대충 세수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웃기도 하며 아이의 고양이 세수를 지켜보았다. 아니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콧방울 쪽 피지가 많은 부분을 얇디얇은 검지손가락으로 문질문질하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저녁에 샤워하면서는 피지샘이 발달하고 있는 코와 턱은 꼼꼼히 세안해 주기로 했다. 


고양이세수 탓에 유치원 등원차량 타기 전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곱이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었다. 칫솔질을 혼자 하긴 했는데 왠지 안 한 것 같이 보일 때도 많았다. 그래도 생활습관을 위해 그 꼴을 견뎌보려 했다. 이 꼴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그래도 스스로 해보려는 아이의 모습에 감동한 적도 많다. 아이가 스스로 하는 작은 과정에도 칭찬을 해주다 보니 덕분에 엄마의 칭찬스킬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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