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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15. 2023

외동아이 과잉보호 경계 프로젝트(1)

스스로 밥 먹기 

5살 한 해 동안 아이와 함께 해나가야 할 나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1) 스스로 밥 먹기

2) 스스로 양치 & 세수하기

3) 스스로 양말, 옷 벗고 입기, 신발 신고 벗기



5살부터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외에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주변에 많았지만, 나는 이 목표들을 달성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에 유치원외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첫 번째로 아이 스스로 밥 먹기에 공을 들였다. 유치원에서는 4살부터 혼자 밥을 그렇게 잘 먹는다고 선생님께 들었는데 집에서는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밥 먹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푹 쉬곤 했다. 이걸 마냥 받아주며 밥을 먹이자니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맨날 숟가락 들고 퍼 먹이는 내 모습이 상상돼서 도리질을 하고 큰 맘을 먹었다. 


마음 비우기가 역시 첫 번째



큰 맘을 먹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안 먹겠다고 밥을 먹지 않아도 '그래, 한 끼 정도는 안 먹어도 괜찮아, 죽지 않아.' 하고 눈 감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먹겠다고 사방팔방 반찬 분수쇼를 해도 참을 인을 생기며 지켜봐 주는 것이었다. 역시 모든 육아의 첫 단추는 마음 비우기인가 보다.   


일단, 식사 자리를 좀 바꿨다. 마주 보고 앉아서 밥 먹던 것을 내 옆자리로 아이자리를 옮겼다. 신의 한 수였다. 눈으로 보지 않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시각정보를 약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아량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먹다가 흘렸구나' 하며 식사정리를 할 때 알게 되는 것과 흘리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분노의 크기가 확실히 달랐다. 


스스로 먹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 주고, 스스로 먹지 않겠다고 하면 더 이상 권하지 않고 바로 치웠다. 초반에는 자주 치우게 돼서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내 프로젝트를 이행해 나갔다. 


칭찬스티커 활용 (잘 활용해야 함)



아이가 칭찬과 상에 의해 움직이다 보면 어떤 일을 할 때의 감정, 목표, 취향, 개성, 호기심, 성취감, 욕구 등을 온전히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의 순수한 자기성장감과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려면 물질적인 보상으로 주는 칭찬은 반드시 주의를 해야 한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최성애, 존 가트맨 박사 지음) -


아이에게 무조건 적인 칭찬과 물질적 칭찬이 득 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매 순간이 아닌 특정한 상황에 일정기간 외적보상과 함께 행동교정을 하는 것은 괜찮겠다 싶어 칭찬스티커를 해보기로 했다.  다이소 천 원짜리로 했는데 나름 습관 잡는데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스티커 개수를 채워서 완성해야지만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되니 그게 너무 싫었던 모양이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미주알고주알 집에서의 엄마 행태를 일러주었는지 학부모 상담 때 칭찬스티커 왜 하시는 거냐고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내가 스스로 먹게 하겠다고 칭찬스티커에 집착을 했는가 싶고, 너무 오래 칭찬스티커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칭찬스티커는 초반에 2달 정도 시행을 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칭찬스티커를 모아야만 원하는 장난감 살 수 있으니 '스스로 먹기' 행위가 결코 즐거운 행위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일정기간만 활용하고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분명 외적보상을 통해 단기간 습관 잡는 데는 도움을 받았다. 


칭찬스티커 활용에 관한 팁은 절대 먼저 아이에게 '스티커 줄 테니 오늘도 혼자 먹어보자'는 등의 사전 제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스티커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냥 평소와 같이 스스로 잘 먹었을 경우 짜잔~ 하고 스티커를 주는 것이 습관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칭찬스티커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이 좋다. 여러 목적이 들어가면 칭찬스티커 하는 목적과 의미가 흐지부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루틴의 중요성


아침밥을 먹을 때 등원시간이 임박하면 엄마는 똥줄이 타들어간다. 차량을 태워 보내는 나 같은 경우 더 심한 듯하다. 거리가 있기에 차량 놓치면 차를 태워 개별등원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밥 먹을 때 스스로 먹게 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스스로 먹고 있는 애를 내가 또 수저를 들고 퍼 먹여주고 있는 어느 날 루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전날 피로하게 하루를 보내고 늦게 자면, 아침에 기상시간이 늦어지게 된다. 시간은 촉박한데 아침밥은 먹여보 내야지(숲유치원 다니는지라 체력소모가 많아 밥을 먹여야 하는..), 게다가 스스로 먹게 하자니 속이 터지고 그러다 보니 결국 또 먹여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악순환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 루틴이 정말 중요하구나. 특히, 생활습관 잡을 때 더욱 중요한 것을 체득했다. 아기시절에도 루틴 없이 살던 우리 집이었는데, 이제라도 생활루틴을 만들고 지키고자 다짐했다. 가장 중요한 루틴은 매일 비슷하게 늦지 않은 시간에 취침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유롭게 일어나고 아침밥을 아이 스스로 먹게 될 수가 있었다. 평온한 등원준비 역시 일찍이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된 다는 것을 이렇게 깨닫게 되었다. 


늦지 않게 취침하려면 유치원 하원 후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혼자 멍 때리기도 하며 쉼을 갖는 게 중요했다. 급히 병원 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산책 정도만 했다. 


청개구리 성향이 오히려 도움 될 때가 있다. 스스로 먹지 않으면 더 이상 긴말 말하지 않고 치우니 스스로 먹기 에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잔소리는 쓸데없는 소음이었던 것이다;;) 또 한 동안은 잘하다가 먹여달라고도 하고 아플 땐 그나마 잡혀가던 습관이 와장창 무너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1년짜리 프로젝트였기에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 밥 혼자 먹는 게 이렇게 기다림이 필요할 일이었던가! 
그냥 나 혼자 밥먹고 싶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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