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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l 25. 2023

내향적 엄마의 슬기로운 방학맞이

육아에세이 │5주 유치원 방학을 대하는 마음가짐

오늘은 아들 써니의 유치원 방학식이다. 숲유치원 방학은 제법 길다. 무려 5주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선생님들의 워라밸을 나름 중시하는 부부도 있는 듯싶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재충전 시간이다. 아이들 충전은 부모의 몫인지라, 요맘때 숲맘들은 똘똘 뭉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린 이번이 5번째 유치원 방학이다. 초반에는 방학이니 평상시에 못하는 뭔가 대단한 거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각종 체험이며, 외부활동도 많이 해보았다. 내향적인 인간인 나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일단 기가 좀 빨리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놀이공원이 그렇다. 일단 큰 소리에 취약하다. (청각이 예민... 한건 핑계이려나;;) 집중력도 흐려지는 것 같고, 이런 폭염에 장시간 외출하면 정신줄이 스르륵 놔진다. 아이도 짜증과 고집이 한 번에 밀려올 때가 있다. 둘의 짜증이 한 번에 밀려오면 최악이 된다. 또 장시간 운전하느라 집에 오면 또 피로가 쌓여 짜증은 더욱 늘고, 밥이고 뭐고 귀찮아져 배달시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뭐 대단한 거 해주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대단한 거.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 많이 들어가는 거. 안 해주려고 노력한다. 또 한동안 시간 지나면 'OO에 가서 OOO 이런 거 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검색을 하고 있다가도 마음을 고이고이 잘 접는다.  


방학을 맞이해서 아이에게 좋은 무언가를 해주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말자'에 집중하는 편이다.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짜증과 화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에너지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좋은 무언가를 해줄 엄두도 나질 않는다.


긴긴 방학기간 아이와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야 서로가 평화롭게 일상을 잘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나같이 밖에서 활동할수록 에너지가 고갈되는 내향적인 엄마인 경우에는 나의 에너지와 체력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집에서 딩굴딩굴 편한 환경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일정시간 같이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아이는 이걸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돈과 에너지와 시간을 쓰기보다 다양한 상황극을 할 수 있도록 상황 구성과 연기력에나 신경 써야겠다.


방학이 뭐 별 건가! 건강한 집밥 잘해먹고 애정 넘치게 뽀뽀 좀 더해주고, 원하는 놀이 잠깐씩 하고, 친구들과 간간히 만나 놀게 해 주고, 할머니네 이모네 가끔 다녀오고, 가까운 곳에서 물놀이 정도 하면 그게 우리에겐 최고의 여름방학이다.


주변 다른 엄마들은 방학이 5주라 하면 엄청나게 짠내 나는 눈빛으로 나를 대하곤 한다. 하지만 말도 잘 통하면서 애정표현도 잘할 줄 아는 내 아이와 찐하게 시간을 보내는 지금이 어쩌면 내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지나면 다신 오지 않을 이 시간, 오롯이 행복한 감정에만 집중하며 방학을 보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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