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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Apr 17. 2023

모든 아이는 옳다

육아에세이│내성적 아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나자

'엄마 아는 분이야, 어서 인사드려야지?'

'(배꼽손 올리고) 안~냐하세요!'

'어머, 인사도 예쁘게 잘하네!'


'너 참 귀엽게 생겼다. 몇 살이야?'

'5살, 내 이름은 OOO이에요. OOO유치원 다녀요'

'아 그렇구나, 5살이구나, 말도 너무 잘하네'


낯선 사람 앞에서 인사를 잘하고, 묻는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심지어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이야기를 술술 꺼내는 아이를 볼 때면 인성과 사회성이 좋다며 칭찬하곤 한다. 나 역시 이런 아이를 만날 때마다 너무 예쁘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반대로 낯선 사람에게 인사와 대답을 꺼리는 아이를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다.


내성적인 아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환경에서 근육이 긴장돼서 움츠러들 수도 있다. 성대도 하나의 근육이기 때문에 내성적인 아이는 인사와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그 근육이 이완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에 따라서는 다소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잠깐!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 누가 기분이 좋을까? '내성적'이라는 말 대신 '내향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주고 싶다. 나 또한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내 아이를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표현하지 않기로 했다.


내향적인 내 아이가 어른들이 많은 모임에 간혹 초대받아 가면 얌전히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럼 주변에서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하신다.


'애가 엄청 아빠(엄마) 껌딱지네.'

'너무 얌전하네, 아이 하나면 원래 좀 그렇더라, 동생 있으면 성격이 바뀌어! 둘째 낳을 생각은 없어?'


맞는 사실을 이야기하신 것이지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내향적 아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담겨있다. 아이는 왜 얌전히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어른들이 많거나 사람 많은 곳에서 뭔지 모르는 이유로 다소 위축되어 그 시간을 엄마나 아빠 옆에 붙어있고 싶은 마음은 잘 못 된 것일까?


아이가 유아시기 때에는 이런 자리에 다녀오면 불편한 마음이 들곤 했다. 나도 내향형 인간이라지만 나도 내아 이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참 많았기에 내 아이를 삐뚤게 보기 시작했다.


왜 어린이집에서 말을 안 할까? 선생님한테 사랑받으려면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해야지 않겠니?

왜 그리 인사하는 게 힘든 걸까? 배꼽손 하고 머리만 숙여하는 것이 그리 어렵니?

왜 우리 아이는 미안해, 고마워 마음 표현하는 말이 어려울까? 그냥 한마디 하기만 하면 되잖아!

왜왜왜???


그리하여 이런저런 책과 유튜브 강의도 뒤져보고 아이를 잘 관찰해 보니 마침내 불편한 어른들의 시선이 잘 못된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더는 이런 사소한 거리로 마음 쓰지 않기도 다짐도 해본다. 이래서 아이 기질이 중요하다고 한 건가? 내향적 아이의 기질적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아이가 왜 그랬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내향적 아이의 기질을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내성적 아이의 힘』<이정화 지음>이란 책을 강추하고 싶다. 이 책은 내 아이를 위한 내 아이에 의해 쓰인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동안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밑줄이 안 그어진 페이지가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엄마인 내가 아이 행동이 납득이 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수확이었다.



우선, 내향적 아이의
특징을 알자!


내향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본인 내부로 향하는 특징이 있다. 즉, 외향적인 사람은 힘든 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부의 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 기분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내면의 성찰을 한다던지 혼자 생각하고 자기 내부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내향적 아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 관심 있는 놀이의 반복을 좋아함

- 여러 명 친구들과 놀이를 부담스러워함

-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얼음처럼 굳어버림

- 외부 보상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즐기는 편

- 말할 때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느라 머뭇거리거나 말을 더듬을 수 있음

- 차분하고 얌전함

-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쓴 에너지 양만큼 쉬어주어야 함

- 어떤 행동을 바로 하지 않고, 오랜 시간 관찰을 하고 살펴봄

- 아주 좋아하는 음식 외에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음

- 생각부터 하고 행동함

- 고집이 세다고 평가받는 편

- 안전에 민감한 편

- 감각에 예민한 편

- 기억력이 좋은 편

- 뒤통수에도 귀가 달려있는 것처럼 어른들이 하는 말도 잘 듣는 편

- 사회적 문제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미숙한 편

- 마음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

- 타인에게 상냥하거나 친절하지 않는 편



내향적 아이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장점만 보는 아주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육아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내향적인 아이도 단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장점을 잘 살려주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더욱 현명하지 않을까?


내향적인 사람의 자존감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고, 지혜롭고, 함께 협력할 수 있으며 잘 견딜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소리치지 않아도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고,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따르게 할 수 있으며, 잘 견디면서 자기 나름대로 타당성과 소신을 가지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입장을 설명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향적 아이의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향적 기질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강점들이 매우 많다.


내향적인 아이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 소수의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 세심하고 꼼꼼하며

- 관찰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며

- 타인에게 배려를 잘하며

- 자기주장을 또박또박 이야기할 수 있으며

- 자기 몸을 스스로 잘 보호할 힘이 있고

- 기억력이 뛰어나며

- 타인의 말에 경청을 잘하고

- 반복학습에도 매우 유리하며

- 사회적 규칙, 규율 등을 잘 지키는 등등


그러고 보니 나는 그동안 이러한 장점들을 놓치고 단지 아이의 준비되지 않은 인사성과 대답하는 표면적인 것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인데, 깨닫는 순간부터 아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들아, '너는 내성적인 게 아니라 내향적인 아이인 거고, 예민한 게 아니라 매우 섬세한 거야!'



모든 아이는 옳다


기질을 알면 힘들었던 육아부분이 조금은 쉬워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의 소심한 모습이 더 이상 단점이나 고쳐야 할 약점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 아이에게 '넌 소심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 것이다. 《엄마심리수업》에서 아이가 위축되는 것도 '자발성'이라고 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소심한 아이는 나름의 자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심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을 듯 싶다.

전 세계적으로 리더의 자리에 올라있는 사람들 가운데 내향적인 사람의 비중이 훨씬 높다고 한다. 꼼꼼함, 집중력, 관찰력, 통찰력 등 내향적 사람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강점들이 잘 발현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내향적인 아이는 잠재력이 매우 큰 것이므로 아이를 믿고 내향적 아이의 특징과 장점을 잘 이해하고, 내향적 기질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한다.


아래는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내용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속에 담고 싶어 적어놓았던 글귀이다. 만약 내 아이의 단점처럼 보이는 성격이 있다면 아래 글귀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모든 아이는 옳다구!!'


내성적 아이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서 좋습니다.

사교성이 적은 아이는 정직하고, 과장되지 않아서 좋습니다.

소심한 아이는 실수가 적고, 정확해서 좋습니다.

질투심이 많은 아이는 의욕이 넘쳐서 좋습니다.

말이 많은 아이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겸손해서 좋습니다.

직설적인 아이는 속정이 깊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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