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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Apr 21. 2023

절망적으로 현재를 사랑하라

내 인생도 민들레꽃처럼!

다중인격을 가진 것 같은 이런 봄날씨에도 지천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길거리 보도블록, 아스팔트도 뚫고 나오는 흔한 민들레 꽃이다. 화려한 노란빛 꽃은 단 한송이만으로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요새 아들은 유치원 하원 후 집에 오는 길에 민들레꽃을 꺾어 다발도 만들고 보물이라고 보물창고에도 넣어놓는다. 그런데, 며칠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아보니 민들레꽃은 참 신기한 꽃이었다.


 



민들레꽃은 사흘간만 꽃이 핀다.  

딱 사흘간만 핀다니...

노란 아름다움의 순간은 짧디 짧다.

사흘만 꽃이 피는데,

그것도 날마다 피는 부분 다르다.


첫째 날은 가장 바깥쪽이,

두 번째 날은 중간 부분이,

마지막 날은 한가운데가 핀다.


민들레꽃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삶의 순서를 알고 그것을 지켜나가며

절정을 맞이하고 누린다.

사흘째날 만개한 날의 꽃잎은

서로 겹치지 않게

꽃잎 한 장 한 장이

공평하게 볕과 마주한다.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늘이 아닌 햇볕을 주기 위해

서로를 배려한다.


『사흘간 볼 수만 있다면』의

헬렌켈러처럼 하루를 보고 듣고

온 감각을 열어 누리고 싶은

그 마음과 조금은 비슷할까?

  

사흘간 큰탈 없이

온전히 잘 살아낸 후에는 꽃대를 서서히 내린다.

결코 미련을 두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갓털이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마음으로 약간 들뜰 뿐이다.

희망이 있으면 내려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보인다.


민들레꽃에게

24시간 하루의 밀도는 어느 정도일까?

사흘간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민들레꽃은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보낼 수도 있다.

주어진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온힘을 다해서 살지 않을 재간이 없어 보인다.


절망적으로 하루를 사는 민들레꽃,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절망적으로 현재를 사랑하며 사는 것.

민들레가 일러주는 삶의 지혜인 듯하다.






민들레꽃은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린다.

낮에 썼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인가 보다.

사흘간만 피는 꽃이지만 '쉼'을 아는

어른의 모습과도 같다.

 

아무리 영양가 좋은 볕이라도 열을 식혀주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히 휴식도 취해야 한다.

세상살이가 마냥 아름다울까!

좋은 햇빛, 바람 친구도 만나지만,

거인들 발에 밟히지는 않을까,

아이들이 날 뽑아가지는 않을까,

비바람이 불어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지는 않을까...

수많은 걱정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냈을게 뻔하다.

나처럼 낮에 에너지를 탕진하고

저녁에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현명한 처사다.






민들레 한송이의 꽃은

수많은 작은 꽃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 사흘만 꽃이 피지만

거기엔 그의 인생이 담겨 있다.

화려한 한송이를 피우기까지의

희망, 기쁨, 고난, 슬픔, 환희, 절망,

아픔, 고통, 실망 등

그 삶의 희로애락이 닮긴

다양한 감정들 아닐까!

인생과도 닮아있는 듯싶다.






이제는 다시 꼿꼿하게 일어서야 할 때다!

끄트머리가 하얀 봉오리처럼

변하면서 꽃대가 일어선다.

새 출발 할 시간이 다가왔다.

희로애락이 담긴 갓털은

저마다의 마음을 품고

하늘을 날아갈 준비를 마친다.


설령 날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날아가야 한다.

떨어지는 바로 그곳이

민들레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들레꽃은 후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는다.  

날아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고

그 결과에 수긍하며

최선을 다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또다시 영롱한 꽃을 선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내가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

민들레 '갓털'을 늘 염두에 둘 것을

다짐해 본다.


자의든 타의든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선택된 결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민들레꽃처럼


그 결정이 늘 옳을 수 있도록

주어진 상황에 진심으로 마음을 담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민들레의 가르침을 공손히 받야겠다.






이제 나는 봄 되면 지천에 널린 수많은 민들레꽃 가볍게 보지 않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민들레 인생 이야기를 전해주며

희로애락함께 느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순간을

조용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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