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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May 28. 2023

나는 글을 왜 쓸까?

2022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블로그는 특성상 정보성 글을 많이 써야 인기가 좋은데 맛집 육아템 이런 것엔 사실 관심이 크지 않아 인기가 많은 글을 쓸 수는 없더라고요. 주로 생각을 기록하고 의미 있는 글들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브런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운이 좋게 단번에 브런치에 승인통보를 받고 글을 써가고 있네요. 블로그는 문 닫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려니 뭐에 더 집중을 해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그런데 요새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나는 글을 쓰려고 할까? 무엇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글쓰기를 하는 걸까?' 내가 글을 왜 쓰고 있고, 앞으로 왜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봅니다.  


글쓰기는
내향인의 취미생활


유치원 아들이 등원한 후 저에게는 약 5시간 정도의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저요. 내향적 인간인 저는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가 아닌 내 안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끄적끄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 심리에 관한 브런치 글 하나를 읽었는데요. 저는 내향적인 인간 중에서도 '외성내향'의 사람이었습니다.  


'외성내향'이 뭐냐면요. 한마디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절대 먼저 연락 안 하는 집콕족이래요. 너무 찔렸고, 매우 공감하며 봤어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사회성 버튼을 누른 것 같이 사교적 모드로 전환되기도 하고요. 활발한 성격으로 보이기도 해요. 비교적 낯 가리지 않고 먼저 말도 잘 걸고 즐겨요. 그런데 저의 관심사는 제 내면을 향하고 있어서 단체로 하는 행동보다는 혼자서 끄적끄적하는 것을 즐겨하죠. 그래서 먼저 연락해서 사람들을 모아 만나고 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더라고요. 이런 저의 성향에 글쓰기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성격상 갈등을 좀 회피하는 성격이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상황 피로감이 저에겐 꽤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에게 글쓰기는 비록 고민과 고뇌의 시간이 있지만 갈등상황은 없기에 아주 좋은 친구가 되고 있어요. 게다가 글 하나를 완성하면 뭔지 모를 뿌듯함이 생기기도 해서 만족도면에서 훌륭한 취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 너무 재밌고 공감하는 부분 많아 추천해요 ㅎㅎ (그림도 너무너무 귀여워요)


https://brunch.co.kr/@kimnoeul/54


글쓰기는
흘러가는 생각의 기록
생각의 기록은 성장의 밑거름


내향인 특성상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은 편이에요. 한 때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 없이 막 살기'가 목표가 되었던 적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지키지는 못할 목표일 것 같아요. 생각을 많이 하며 사는데 그냥 생각만 하고 끝나는 것은 좀 아깝고 생각하는 행위에서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기록을 할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유의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록을 함으로써 과거를 돌이켜보며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고, 현재를 즐길 수도 있으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도 해요. 거창한 글쓰기가 아니고 매일 하루를 계획하는 글쓰기를 통해서도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계획이든 내 생각이든 글을 쓰면 저절로 자기 성찰이 되요. 부끄러움, 뿌듯함, 미안함, 고마움, 감사함, 죄책감 등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요. 사실 이게 가장 강력한 글의 힘인 것 같아요. 글쓰기는 글자를 잘 담아 기록을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분명 사람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그 글을 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요.  


생각과 계획을 말로도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흘러가는 말은 본인도 들은 상대방에게도 잊히기 쉽습니다. 휘발성이 강한 것이죠. 근데 그 생각을 글로 적는 순간 그 글은 힘을 얻습니다. 게다가 혼자서만 쓰는 일기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그 힘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글은 자기 성장의 밑거름이 돼요. 뿐만 아니라 내가 적은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면서 성장시킵니다.




글쓰기는 
몸과 마음의 치유

혹시 몸과 마음이 아플 때 글을 써보셨나요? 저는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려 30킬로대 몸무게까지 빠지면서 정말 죽을 만큼 힘이 들었어요. 아플 때 당시에는 팔다리에 힘이 없어 누워서 펜을 들고 일기를 썼고요. 회복하고 나서는 이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어요. 조만간 힘들게 회복한 과정의 글을 브런치에도 올리고 지금 위로와 힘이 필요한 분들께 위로를 드릴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위로의 목적을 말했지만 사실은 제가 치유받는 과정이더라고요. 단지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요. 


글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요.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글로 적어놓은 바람들이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져 있는 경험도 했는데요. 글을 쓸 때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고스란히 나의 내면 무의식 아래까지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무의식이 평상시의 저를 지배하는 것이고요. 글로 적은 대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 되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말을 잘하게 도와주는 친구


저는 3인 이상만 되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 늘 떨려서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들을 잘 못했어요. 마음속에 많은 말들이 있는데 아웃풋이 잘 안 되었습니다. 친구들 모임이나 회사에서 진행되는 회의나 가족들 앞에서 등등 말을 해야 하는 경우는 매우 많잖아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글쓰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말을 예전보다 잘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때 모든 말들이 논리 정연하게 기승전결이 뚜렷한 대화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알리고자 할 때는 글쓰기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평상시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이를 간략하게나마 글을 써보면 말할 때 내 의견을 조목조목 논리를 갖추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평상시 떠오르는 생각이나 사회적 이슈가 담긴 기사와 글들, 책으로 알게 된 지식과 학습내용도 좋아요. 물론 친구, 가족 등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기록해 놓아도 매우 좋습니다. 


눈과 귀로 습득한 내용을 글쓰기 하며 정리를 하고 이를 다시 대화에 써먹으면 그 내용 자체가 기억도 오래 남습니다. 저는 장기기억력이 약한 편이었는데 글을 쓰면서부터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를 위해 '찾고 확인하는 마인드'로 무엇이든 보고 듣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는 정도가 예전과 다르더라고요. 찾고 확인하는 글쓰기 마인드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나의 노후준비 


요래 김민식 님이 지은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이분은 글쓰기로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거둔 분이에요. 조만간 책 리뷰도 올려야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내 노후생활에 관한 롤모델을 이분으로 정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이며,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으면 정리가 되고 앎이 단단해진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100세 시대가 나에게도 해당이 될까 의문점은 많지만, 만약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곧 40을 내다보는 저는 아직 조무래기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배우고 삶을 개척해 나아가야 해요. 무언가 배울 때 김민식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글쓰기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노후에 등산 가서 수다만 떨면서 살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글을 꾸준히 써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글을 쓰다 보면 다른 기회들이 생길 수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뇌를 움직이는 작업인 것인데,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노후준비를 위해 치매 보험을 드는 대신 저는 글쓰기라는 친구를 곁에 두고자 노력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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