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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Nov 01. 2023

이제 색깔차별은 그만

남자 = 파랑, 여자 = 분홍은 싫어!

남자아이는 파랑
여자아이는 분홍


남자 = 파랑, 여자 = 분홍 공식이 싫어서 걸음마시절 아들은 분홍이지! 하며 분홍옷을 참 많이 입혔다. 노랑, 보라 등 밝은 색 계열도 선호했다. 나는 색깔홍역을 치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히려 반대로 행동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는 점차 크면서 주변 친구들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쩔 땐 자기는 남자이기 때문에 분홍옷은 안 입는다고 힘 있게 주장한다. 심지어 분홍은 '여자색'이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니 임신했을 시절 오히려 남녀 아이 색깔구분론은 더욱 심했던 듯하다. 아들일까 딸일까를 궁금해하는 부모 혹은 성별을 확실히 알게 된 다음 아들과의 딸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줄 물건들. 태아시절부터 색깔차별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덧 색깔에 대한 이분법적 생각이 아이들 무의식에 자리 잡아 알게 모르게 남과 여의 성역할을 구분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아이물건 장을 보다 보면 드는 생각은 "왜 캐릭터별로 파랑과 분홍 색깔을 나누어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것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온통 파란색 물건들 뿐이므로 어쩔 수 없이 나도 파란색 물건을 집어 들고 올 수 밖에 없다.   


왜 남자아이는 파란색을,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해야 하는 걸까? 분명 아이들 스스로가 난 처음부터 파랑이 좋아, 분홍이 좋아라고 하진 않았을 터인데.




조선시대에는 오히려 지금과 다른 상황을 엿볼 수 있다. 1785년 정조 때 편찬된 법전 <대전통편>을 보면 당상 3품 이상은 담홍포(淡紅袍)를 입어야 한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담홍, 즉 지금의 분홍색을 뜻하는 말이다. 최고급 관료 집단에서 국가 중대사를 논할 때 반드시 ‘분홍색 옷'을 입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백의민족이 아니던가! 아이들 대부분은 남녀구분 없이 하얀 옷을 입었다고 한다. 때가 타도 표백을 할 수 있기에 하얀색옷이 좋았다고. 하얀 옷을 입힌 명분이 있었다.   


요새 아이들은 부모의 색깔 선호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을 강요당한 것은 아닌 것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인 셈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들이 파랑과 분홍으로 즉 남자아이용품과 여자아이용품으로 구분 지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큰 몫을 하지 않나 싶다.  


이 세상에 남자색, 여자색은 없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고 상품명에 성별을 표기한 회사에 개선하라는 의견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24년부터 대형마트마다 성 중립 장난감과 육아용품 진열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제 어른들이 제공하는 이분법적 색깔 마케팅은 좀 사라지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본다. 아이들 스스로가 색깔차별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여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세상에 남자 색깔, 여자 색깔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분법적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 잡혀 나와 다른 이들을 배타적 관점으로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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