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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Dec 01. 2023

무조건 내편이 되어준다는 것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힘내어보기! 

얼마 전 친구 S에게 문자가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와 더불어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학습태도 피드백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었음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장문의 문자였다. S와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얼굴 보는 사이인지라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었다. S는 조금 느린 아이를 키우며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문자 맨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너한테 연락을 하는 이유는 

나보다 단단한 너에게 응원을 받고 싶어서야. 


'단단한'과 '응원'이라는 단어를 보고 과연 내가 단단한 사람인가?라는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주변인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에게 종종 단단하다고 표현하는 S였다. 단단한 내가 어떤 응원을 건네면 좋을까 순간 고민이 되었다. 문맥상 '응원'보다는 '위로'가 적합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응원을 받고 싶다는 것은 S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지지가 필요한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번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S 편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학부모로서 제일 무섭다는 담임선생님 전화를 받고 힘들었을 친구의 마음을 알아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느린 아이 기질과 성향을 고려하여 아이 속도에 맞게 키우려 노력 중이지만 아이가 해나가야 할 과제가 밀리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S에게 지금껏 엄마가 잘 이끌어줘서 이만큼 잘 온 것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OO이의 엄마가 너여서 참 다행이라며 무한 긍정의 말을 건넸다. 저녁 9시 반경 답장을 한지라 다음 날 아침 일찍 회신을 받았다. "어쩜 이리 군더더기가 없니!" 라면서 내게 힘을 얻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S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고맙다는 말을 들었지만 되려 내가 고맙기도 했다. 힘든 순간 내가 생각난 것도. 바로 연락을 해준 것도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생겼다. 나 또한 응원이 필요한 순간 연락할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린 마치 편지를 교환하듯 장문의 문자를 짧게 주고받고 또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좋지 않은 일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지면 자기혐오의 순간을 겪을 때가 있다.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만의 철학을 갖고 줏대 있게 꿋꿋이 해왔음에도 마법에 걸린 듯 그런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엄마라는 위치에 서있다 보면 더욱이 자기혐오에 빠지기가 쉽다. '모두 나 때문인가 봐. 내 잘못이야. 그때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하며 죄책감과 자기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종국에는 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시기가 오래되면 일상이 피폐해지며 우울감을 겪기도 한다. 


만약 내가 S였다면 어땠을까. 마음이 힘들어 좋지 않은 기분으로 가까운 누군가에게 쉽사리 응원을 청할 수 있었을까. 이런 내 모습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죄책감과 막막함에 홀로 덩그러니 내팽개쳐져 있

지는 않았을까.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겨우 지팡이 짚고 일어서듯 마음을 추슬러보겠지. 싶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S는 과연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잘 버텨온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려 할 때, 완벽히 무너져 자기혐오의 순간과 맞닥뜨리기 전에 누군가에게 응원을 청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힘을 내는 사람. 자기혐오로 자존감까지 긁어내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 멋진 엄마였다. 단단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S 너라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힘든 순간 복잡한 오만가지 생각 따위 집어치우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에게 '나 응원 좀 해줘! 내 편 좀 들어주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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