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참 많이 듣는다.
핑크플로이드, 비틀즈, 라디오헤드, 건즈앤로지스, 메탈리카, 마릴린맨슨, 마이클잭슨, 부활, 산울림, 송창식, 김수철, 강산에, 김광석, 자우림, 넥스트, 조용필....
하루 종일 듣는다.
출근길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잘 때도.
언제나 귓가엔 노래가 흐른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듣는데도 가사를 하나도 모른다.
처음엔 그냥 기억력이 나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애초에 노래를 따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언어장애가 있기에.
제대로 따라 부를 수 없으니
그냥 듣기만 했다.
가사는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멜로디만 흘려보냈다.
속으로라도 흥얼거릴 법한데,
그조차 하지 않았다.
남들은 노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데,
나는 그저 듣기만 한다.
흥얼거리지도 않고, 속으로도 따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도
멜로디만 익숙할 뿐, 가사는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가사는 남지 않았다.
남들은 한 번만 들어도 몇 소절은 금방 외우는데,
나는 수십 번을 들어도 도입부 몇 마디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 뒤는 공백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다들 공감하고 나누는 그 노랫말을,
나는 알지 못했다.
가끔 누가 묻는다.
“이 노래 좋아해?”
고개를 끄덕이면
“가사 진짜 좋지 않냐?”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웃는다.
그 노래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모른다.
오늘도 음악을 듣는다.
익숙한 멜로디 속에서,
아무것도 따라 부르지 않은 채로.